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무고한 흑인 운전자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관의 신원이 공개됐다.

8일(이하 현지시간) NBC방송과 미네소타 지역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미네소타 주 세인트 앤서니 시에서 미등이 나간 차를 운전해가던 흑인 남성 필랜도 캐스틸(32)을 세워 검문하려다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관은 만 28세, 경찰 경력 만 4년의 제로니모 야네즈로 확인됐다.

미네소타 주 범죄수사국(BCA)은 "야네즈 경관과,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조지프 카우저 경관 등 2명에 대해 수사기간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초 두 경관 모두 백인으로 보도됐으나 최소 1명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CA는 두 경관의 인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은 공개된 신원을 근거로 야네즈 경관이 히스패닉계 또는 필리핀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네소타 지역신문 스타트리뷴은 야네즈 경관이 기혼이며, 아내와 함께 살고 있고 어린 자녀를 두었다고 전했다.

이어 "맨카토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법집행을 전공하고 2011년 11월부터 세인트 앤서니 시경 소속 경찰로 근무했다"며 "몇 차례 교통 위반 티켓을 받은 것 외에 범죄 기록 또는 민사소송 기록은 없다"고 부연했다.

BCA는 야네즈 경관이 6일 밤 9시께 팰콘하이츠 지역에서 교통 검문을 위해 캐스틸의 차를 세웠으며 이후 총격을 가했다고 확인했다.

당시 차 안에는 캐스틸의 여자친구 레이놀즈와 레이놀즈의 딸(4)이 동승해있었다.

BCA는 야네즈 경관이 운전석 쪽으로, 카우저 경관은 탑승객석 쪽으로 다가갔으며 운전자와 경찰간 상호작용 끝에 야네즈 경관이 총을 꺼내 캐스틸을 여러번 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레이놀즈는 "캐스틸이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려던 중 야네즈 경관이 쏜 4발의 총에 맞았다"며 "경찰이 캐스틸에게 '손을 허공에 들고 있으라'는 지시와 '신분증과 차량등록증을 제시하라'는 상반되는 지시를 동시에 내렸다"고 말했다.

캐스틸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부검을 한 검시소 측은 7일 밤 캐스틸의 사인을 '다수의 총상'으로 설명하면서 이번 사건을 살인으로 규정했다.

레이놀즈는 캐스틸이 총격을 받고 죽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려 세상에 알렸다.

캐스틸 사건은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에서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이 총기를 소지하고 CD를 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지 하루만에 발생해 더 큰 충격과 공분을 샀다.

이로 인해 7일 미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으며, 텍사스 주 댈러스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의 매복 총격으로 경찰관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한편, 미네소타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의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등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