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충격에 이어 재정 규칙 문제로 남유럽 국가와 충돌을 빚고 있다. ‘군기’를 잡으려는 독일 등과 ‘재정 재량권’을 요구하는 남유럽이 갈등을 빚는 형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재정적자 규모를 EU 기준에 맞도록 줄이는 데 실패했다며 과징금 부과 등 관련 제재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첫 제재 사례가 될 전망이다.

유로존은 공동의 통화를 쓰지만 재정정책은 각국이 결정한다. EU는 회원국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통해 유로존 국가의 재정적자는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부채 비중은 60%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2011년, 스페인은 2012년 재정 악화로 구제금융을 받았다. EU의 재정적자 개선 프로그램(EDP)에 따라 별도로 연도별 적자 규모 목표치를 부과받았다. 그러나 긴축을 강조하는 정당들이 잇달아 선거에서 지면서 규정을 지키려는 의지도 흐지부지됐다. 지난해 포르투갈에 주어진 재정적자 목표치는 GDP의 2.7%였는데 실제 재정적자 규모는 4.4%였고, 스페인은 4.2%가 목표였는데 5.1%로 집계됐다. 두 나라 모두 올해 목표치도 못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등과 유럽중앙은행(ECB)은 EU가 이참에 군기를 잡아야 한다는 쪽이다. 독일 여당인 기독민주당(CDU) 소속 귄터 외팅거 EU 집행위원은 “GDP의 최고 0.2%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다만 과징금은 명목적으로만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금액이 제로(0)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과징금 부과만으로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평판이 하락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부실은행 구제금융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며 EU에 반기를 들고 나선 가운데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가세하면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FT는 다음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회원국 경제장관이 모여 재정 규칙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