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타임 '오리지널 미국 음식' 9개 선정

건국 300년도 안 된 미국에 과연 문화가 있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미국의 음식문화는 전 세계에 짧은 시간 안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40번째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미국만의 독창적인 음식문화 9개를 선정해 소개했다.

타임은 최근 자체 발간한 '미국 오리지널 100'이라는 책에서 음식과 관련한 내용만 따로 추려 전 세계로 뻗어 간 미국 식(食)문화를 조명했다.

케첩, 감자 칩, 행운의 쿠키(포춘쿠키) 등 다른 나라에서 가져와 미국식으로 변용된 것은 물론 코카콜라 병, 미군 전투식량, 드라이브 스루(Drive-thru·승차구매)등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산업화 바람을 타고 곳곳으로 퍼진 미국의 창조물이 제법 많다.

▲ 케첩 = 감자튀김이나 핫도그, 계란을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케첩. 미국민은 1인당 일주일에 평균 0.45㎏의 케첩을 애용한다.

케첩은 콩을 발효한 액젓인 중국어 방언 '커찹'에서 왔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선원들이 이 소스를 17세기에 고국으로 가져갔지만, 당시 유럽에선 콩을 재배하지 않았기에 이 맛을 낼 수 없었다.

케첩이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 지금처럼 토마토를 가미하기 시작했고, 1850년대 중반부터 하인츠와 같은 미국 기업은 병에 담아 새로 탄생한 케첩을 팔기 시작했다.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미국민의 식탁에서 필수품이 된 케첩은 유럽과 남미,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역수출됐다.

▲ 감자 칩·트윙키 =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를 즐겨 요리하던 요리사 조지 크럼은 1853년 감자튀김이 두껍다는 손님의 불만을 듣고 감자를 종이처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긴 형태의 새로운 감자 칩을 개발했다.

1895년 깡통에 담긴 감자 칩이 소매점에 등장했고, 1920년엔 좀 더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앞세워 봉지 형태의 감자 칩 과자가 탄생했다.

스펀지케이크 안에 바나나 또는 딸기, 바닐라 맛 크림이 들어간 초코파이의 '할아버지' 격인 트윙키도 1930년 미국에서 개발됐다.

▲ 간이식과 미군 전투식량 = 중국 음식 포장 박스를 '굴 통'(Oyster Pail)이라고 부른다.

밥과 음식을 2∼3개로 나뉜 칸에 담는 박스로 1894년 미국에서 개발됐다.

중국 음식을 이 박스에 담아 집에 가져가서 먹는 일이 유행되면서 '굴 통'도 필수품이 됐다.

K 레이션, C 레이션 등으로 불린 미군 전투식량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효율적인 군 보급 식품의 대명사가 됐다.

동결건조된 음식과 시리얼, 크래커, 깡통에 든 고기 등으로 이뤄진 전투식량의 무게는 약 800g에 불과하나 3천㎈의 열량을 함유한 간이식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 드라이브 스루 = 광활한 영토에서 자동차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밖에 없는 미국에선 1947년 이미 드라이브 스루 가게가 문을 열었다.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도 종업원에게 주문하고 음식을 차에서 기다리는 편리성 덕분에 1980년대 미국 패스트푸드 판매장의 50%는 이미 드라이브 스루로 채워졌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은행, 약국, 주류 판매점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그밖에 짜릿한 청량감의 대명사이자 미국의 아이콘이 된 코카콜라 병, 간단한 격언이나 로또 숫자를 적은 종이를 쿠키 안에 넣는 '행운의 쿠키', 자동차 트렁크에 바비큐 그릴과 맥주 등을 싣고 나서 스포츠를 관전한 뒤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미국식 파티 문화인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 등도 미국 음식문화의 상징이라고 타임은 소개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