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라지 대표 "내 할 일 다했다…브렉시트 역행 막을 것"
거침없는 직설 화법으로 유명…반(反) 이민정서 집중 자극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 운동을 주도했던 두 인물이 잇따라 정치 전면에서 물러났다.

측근의 '배반'에 일격을 당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차기 총리 경선에 불출마한 데 이어 반(反) 유럽연합(EU)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52)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패라지 대표는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내 할 일을 다했다"며 대표직 사임을 밝혔다.

그는 영국독립당은 브렉시트가 되돌려지는 것을 막는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영국은 "브렉시트 총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라지는 작년 5월 총선에서 출마했다가 무명의 보수당 후보에게 패배한 직후 대표직 사퇴를 약속한 뒤 당원들의 거부를 이유로 자리를 유지했다.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패라지는 지난달 23일 치른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EU 탈퇴 운동을 이끈 주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다.

탈퇴 공식 캠프인 '탈퇴에 투표를'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캠프는 달랐지만 국민투표 승리를 이끄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그는 EU 탈퇴 결과를 끌어낸 핵심 요인인 반(反) 이민 정서를 집중 자극했다.

유럽 입성을 위해 줄지어 선 난민 수백 명의 모습과 함께 '브레이킹 포인트'(Breaking Point·한계점)라고 쓰인 포스터를 공개해 잔류 진영에서 "나치와도 같은 선전"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탈퇴파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도 "포스터를 봤을 때 몸서리를 쳤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투표 운동 기간 막판 "터키가 EU에 가입할 것"이라며 인구 7천600만명의 터키가 EU 가입으로 영국땅에 물밑 듯 쏟아져 들어오는 이미지를 자극했다.

패라지는 거침없이 쏟아내는 '막말'로도 유명한 정치인이다.

최근에도 지난달 28일 유럽의회 특별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재미있지 않으냐? 내가 17년 전에 이곳에 와서 영국이 EU를 떠나는 캠페인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모두가 비웃었다. 지금도 비웃느냐?"며 브렉시트 우려에 가득 찬 의원들을 조롱했다.

또 "당신들의 가장 큰 문제는 영국민이나 다른 유럽인들에게 진실을 얘기하지 않은 채 몰래, 사기로 그들에게 정치연합을 부과했던 것"이라며 "여기 누구도 평생에 걸쳐 잘 된 일을 해본 적이 있거나 무역을 해보거나 일자리를 실제 만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는 데도 '선수'였다.

EU 분담금을 국민건강서비스(NHS)로 돌리겠다면서 호소해놓고서 브렉시트로 결정 나자 공약이 실수였다며 공약 실현 여부를 보장할 수 없다고 잡아뗐다.

그는 거의 8년간 영국독립당을 이끌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영국독립당은 600개 선거구에서 단순 최다득표자를 선출하는 선거 방식으로 인해 단 1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득표율은 13%로 보수당과 노동당에 이어 3위를 차지할 만큼 세력 기반이 단단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난 2013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를 약속한 배경에도 2009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라지 이끈 영국독립당이 영국 내 2위를 차지하며 반(反) EU 정서가 고조된 점도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유럽의회 의회 3선인 그는 이날 유럽의회 의원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