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신뢰성 훼손…오바마 등 지원사격 예정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최대 난제는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생긴 불신을 걷어내는 일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클린턴과 공화당의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역대 선거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비호감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클린턴의 문제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최근 미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클린턴이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지난달 미 CBS뉴스 조사에서도 '클린턴은 정직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응답이 62%에 이르렀다.

지난 2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에서도 클린턴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1%가 '부정직하다', '거짓말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권자들은 퍼스트레이디를 지내고 오랜 시간 공직에 몸담은 클린턴의 역량은 인정하지만 신뢰성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경선 과정 내내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 이메일 스캔들이 클린턴의 신뢰도를 깎아 먹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임 시절 공문서를 사설 이메일 서버로 주고받은 일을 가리킨다.

미 국무부는 지금까지 약 3만 건의 '힐러리 사설 이메일'을 공개했지만, 그중 22건이 "1급 비밀 범주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지난 2일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3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클린턴이 조사받기 전인 지난달 27일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법무장관 로레타 린치와 '부적절한 회동'을 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수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WP는 "전문가 그룹은 물론 힐러리를 찍겠다는 지지자들조차 클린턴이 거짓말을 하거나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클린턴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면서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클린턴도 신뢰성 문제가 대선 과정에서 본인의 약점으로 꼽힌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클린턴은 지난주 연설에서 "많은 사람이 여론조사에서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다"며 "그런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 뒤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정적인 활동과 헌신으로 자신을 향한 의심들을 걷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 캠프도 경합주에서 트럼프를 향한 공격보다 클린턴이 아이와 가정을 위하는 충실한 일꾼이라는 점을 강조한 긍정적인 광고를 더 자주 내보내 신뢰성 회복에 힘쓰고 있다.

백악관의 지원사격도 있을 예정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5일 경합지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유세에서 "나는 힐러리를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세장에서 클린턴과 함께 서는 것은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부통령 역시 8일 펜실베이니아 주 유세장에 출격해 클린턴 옆에 서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