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팜오일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대형 팜오일 제조업체들이 벌목중단 협약 폐기를 선언하면서 무차별적 벌목과 방화로 인한 환경 파괴가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신도뉴스와 콘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윌마르 인터내셔널과 카길 등 인도네시아 대형 팜오일 업체들은 지난 1일 공동성명을 통해 2014년 체결한 '인도네시아 팜 오일 서약'(Ipop)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시한 새 기준인 '인도네시아 지속가능 팜 오일 시스템'(Ispo)으로 인해 Ipop가 효용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팜오일 제조업체들이 더 규제가 약한 협약으로 갈아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과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Ispo는 원시림과 이탄지대(peatland)에 대한 벌목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번에 폐기된 Ipop는 재생림과 초원지대에 대한 벌목도 함께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중소 팜오일 업체들의 로비를 받은 정부의 압박으로 벌목중단 협약이 폐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정부는 Ipop의 요구 기준이 너무 높아 중소 팜오일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인도네시아 경쟁당국(KPPU)은 지난 4월 Ipop에 가입한 대기업들이 일종의 카르텔에 해당한다며 조사를 벌였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파푸아 등 미개척지에서의 대규모 벌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오일 업체들의 무분별한 벌목과 방화로 지난해 7월 대형산불이 발생해 19명이 숨지고 160억 달러(약 19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이 불은 3개월여간 지속됐으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으로 연무를 퍼뜨리고 하루 평균 2천300만t의 탄소를 배출하는 등 심각한 환경재난을 초래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