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이틀간 애도 기간 선포…"국제사회 테러 공동 대처해야"

전 세계 지도자들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무장괴한들의 민간인 인질 테러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이번 사건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묻지마'식 공격을 하는 이른바 '소프트타깃'(soft target) 테러라는 점에서 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공관 밀집지역 음식점에서 발생한 무장괴한들의 인질 테러로 민간인 20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는 이탈리아인 9명, 일본인 7명, 미국인 1명, 인도인 1명, 방글라데시인 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 희생자 발생 국가…애도 속 분노 확산 =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은 어떤 무슬림이냐"라며 "종교를 믿는 이들이라면 이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없다"면서 이번 테러를 비난했다.

하시나 총리는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라며 "종교의 이름으로 벌이는 살육행위를 당장 그만두라"고 말했다.

그는 이틀간 전국적인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번 테러로 자국민 9명이 희생된 이탈리아 정계는 한목소리로 이번 테러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광기 어린 테러에 이탈리아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테러범들은 우리 삶의 일상적 조각들을 파괴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의 의무는 테러범들에게 더 큰 힘으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응징을 다짐했다.

극우 성향의 정당 북부리그(LN)를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이슬람 테러범 손에 무고한 이탈리아인들이 또다시 피를 흘렸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모든 곳의 IS를 공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테러로 7명이 사망한 일본의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통한의 극치이며 지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인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되자 예정됐던 참의원 선거(10일) 홋카이도(北海道)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와 국제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단호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부 장관은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공부하던 인도 국적의 타리시 자인(19·여)이 방학을 맞아 다카에 갔다가 피살됐다며 애도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 유엔 등 주요국 "국제 사회 테러 위협 공동 대처" = 유엔(UN)과 미국 등 주요국들은 테러가 국제 사회의 안정에 큰 위협을 주는 존재라는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다카의 베이커리 식당에 대한 이번 테러 공격은 지구 반대편의 공격이 곧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을 새삼 상기시키는 것"이라면서 "다카 테러 희생자들은 현지 방글라데시는 물론이고 이탈리아, 일본, 인도 등 세계 도처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서로를 향해 등도 돌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슬람국가'(IS) 및 급진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의 격퇴를 위해 친구 및 동맹들과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방글라데시 국민과 함께 잔혹한 테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 정부는 폭력적 극단주의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는 방글라데시 총리를 지지한다"면서 "방글라데시 정부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으며, 특히 테러범들을 심판하려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노력과 관련해 지원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방글라데시 인질 테러 사건에 대해 극악무도하고 비열한 테러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테러리즘이 국제 평화와 안전에 가장 중요한 위협 중의 하나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테러의 배후가 밝혀져 심판받기를 기대한다"면서 테러리즘에 맞서 지역 및 국제적인 노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유엔은 모든 형태의 폭력적 극단주의를 막기 위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방글라데시 정부에 약속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다카 교구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다카에서 죄 없는 희생자에게 자행된 끔찍한 폭력에 깊은 비탄을 느낀다"며 "깊은 애도를 전하는 동시에 하느님과 인류에 반한 이 야만스러운 행위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