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强 거론되던 EU 탈퇴파 수장 존슨 전 런던시장 돌연 "불출마" 선언
유력후보 메이 내무장관 "연내 EU 탈퇴 통보 안해…재투표 없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결정 이후 권력 공백에 빠진 영국 집권 보수당을 이끌 차기 대표 경선이 30일(현지시간) 후보등록 마감과 함께 시작됐다.

오는 9월초 선출될 차기 대표는 데이비드 캐머런의 뒤를 이어 영국 총리가 된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혼돈을 수습하고 EU 탈퇴 협상을 이끌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경선 일정은 이변과 함께 출발했다.

이번 경선은 EU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52) 전 런던시장과 EU 잔류를 지지한 테리사 메이(59) 내무장관의 2파전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존슨 전 시장이 "동료와 논의했고, 의회 여건들을 고려해 내가 총리가 될 사람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투표 이후 존슨 전 시장이 대표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당내 잔류파 진영에서 '보리스 아니면 누구나'라는 기류가 확산됐다.

메이 장관은 이날 "존슨 전 시장보다 내가 더 나은 협상가"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외 EU 탈퇴 진영의 마이클 고브(49) 법무장관이 도전장을 냈다.

탈퇴 진영 주요 후보가 존슨 전 시장에서 고브 장관으로 바뀐 셈이다.

이밖에 리엄 폭스(54) 전 국방장관, 스티븐 크랩(43) 고용연금장관, 안드레아 리드손 기업차관 등이 도전장을 냈다.

보수당 대표 경선은 의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 뒤 당원 투표로 확정된다.

메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는 "연말 이전에 발동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며 "EU 잔류를 위한 시도는 없어야 하고, 백도어(뒷문)를 통해 재가입하려는 시도도 없어야 한다. 제2의 국민투표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EU 단일시장 접근과 이민 억제 등 EU 탈퇴 ?상과 관련한 '레드라인(한계점)'은 없다고 밝혔다.

원래 유럽회의론자인 메이 장관은 이번 투표를 앞두고 EU 잔류 견해를 밝혔지만 투표 운동과는 거리를 뒀다.

영국 남부의 이스본에서 성공회 성직자의 딸로 태어난 메이는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민간기업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일했다.

런던의 한 기초의원을 지낸 뒤 1997년 총선에 나서 하원에 입성했다.

그는 1998년 예비내각에 기용된 이래 교육, 교통, 문화·미디어, 고용·연금담당과 원내총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탈환한 직후 내무장관에 기용돼 지금까지 맡고 있다.

지난 100년 기간에 최장 내무장관직 재임 기록이다.

이민·치안·사이버안보 등에서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고수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EU를 사실상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비유해 '제2의 메르켈'로 비유했다.

메이가 총리에 오르면 영국과 EU의 미래가 두 여성에게 달리게 된다.

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된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보수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메이 장관이 31%로 1위를 차지했다.

고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EU 탈퇴가 더 나은 미래를 줄 것이라고 주장해온 존슨 뒤에서 팀을 이뤄 돕기를 원했지만 그가 리더십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영국민은 지난 23일 변화에 투표했다. EU를 떠나 EU법규의 우월성을 끝내라는 분명한 지침을 줬고, 이민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되찾고, 돈을 EU에 주는 대신 건강·교육·과학 같은 우선순위에 쓰라고 말했다"면서 "우리에게는 거대한 도전과 함께 거대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고브는 생후 4개월 때 애버딘의 생선가공업을 하는 한 가정에 입양됐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이후 기자로 일하다가 2005년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