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뺀 27개국 정상 회동…英에 엄격한 조건 요구, 협상 난항 예고
EU 개혁방안엔 결론 못내…9월 27개국 정상회의서 추가 논의키로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29일(현지 시각) EU를 탈퇴하는 영국이 EU 회원국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EU를 단일시장으로 접근하는 권한을 영국에 부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식 회동을 하고 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협의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중요 요인 중 하나가 자유로운 이동으로 인한 이민자 급증에 따른 문제였다는 점에서 EU의 이 같은 입장은 향후 양측간 탈퇴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스크 의장은 "회원국 지도자들은 오늘 (영국에 대해) 단일시장 접근권을 얻으려면 이동의 자유를 포함해 4가지 자유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EU의 '4가지 자유' 원칙은 물품과 사람, 자본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말한다.

한 마디로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도 지금처럼 EU를 단일시장으로 접근하는 특혜를 누리려면 다른 EU 회원국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탈퇴 결정 이후 처음 모인 EU 정상들이 이처럼 영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제시한 것은 EU를 탈퇴한 이후에도 영국에 특혜를 부여할 경우 다른 회원국들도 탈퇴 움직임을 보이는 등 '도미노 탈퇴'가 우려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U 정상들은 또 영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27개국이 통합된 상태로 남아있기로 단호하게 결의했다고 투스크 의장은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정상들은 향후 EU 개혁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후임이 결정되고 난 며칠 뒤인 오는 9월 16일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서 다시 회동, 영국의 EU 탈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번 회동은 첫 번째 의견교환이었기 때문에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너무 일렀다.

우리가 27개 회원국과 함께 정치적인 숙고를 시작한 이유"라면서 "우리는 9월 16일 브라티슬라바에서 만나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U 개혁을 놓고 회원국 간에 이견을 보여 차기 회의에서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유럽에 있는 EU 창립국가들은 더 긴밀한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을 원하지만 새로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은 국경문제 등에 정부가 더 많은 통제권한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