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권운동 아이콘 존 루이스가 주도 "무고한 이들의 죽음에도 귀를 닫고 있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총기규제 입법을 촉구하며 22일(현지시간) 의사당 안에서 무기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미 역사상 최대의 총기참사인 올랜도 총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틀 전 상원에서총기규제 관련법 4건이 모조리 거부된 데 이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도 표결이 봉쇄되자 나온 선택이다.

연좌농성은 1960년대 셀마-몽고메리 참정권 운동행진 등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한 유명한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인 존 루이스(조지아) 하원의원이 이끈다.

그는 동료 의원들 40여 명과 함께 하원 의사당에 입장해 "우리나라 무고한 이들의 피와 죽음에도 불구하고 귀를 닫고 있다"며 "얼마나 더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비탄의 눈물을 흘려야 결정을 하겠는가"라며 즉각 총기규제 입법에 나설 것을 공화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또 "지금은 행동할 시간"이라며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하원이 추진하려는 법안은 이른바 'no fly, no buy'(출국금지 대상자의 총기 구매 금지) 법안이다.

테러 의심을 받아 출국이 안 되는 이들의 손에 총기가 쥐어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루이스 의원의 입장 발표가 끝나자 의원들은 총기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한 뒤 의사당 바닥에 앉아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상원에서 지난 15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15시간 이어간 끝에 총기규제 강화법안의 표결처리를 끌어냈던 크리스 머피, 리처드 블루멘탈 등 민주당 의원 2명이 응원차 현장을 찾았다.

그러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오후 1시를 기해 휴회를 선언했다.

애슈리 스트롱 하원의장 대변인은 트위터에 "하원은 규칙을 따르는 구성원 없이 운영될 수 없다"며 "의장의 요청에 따라 휴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테드 포(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이 민주당 농성의원들에게 의사당을 떠나줄 것을 요구했으나 "입법없이 휴회없다"는 구호에 파묻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좌농성 소식에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가 가장 필요할 때 총기폭력에 대한 반대를 루이스 의원이 이끌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