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보유액 힐러리 4천100만 달러, 트럼프 130만 달러
트럼프 캠프, 긴급 후원 요청 이메일까지 보내

미국 민주당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쩐의 전쟁'에서는 공화당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 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에 제출된 선거자금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이달 초 기준 클린턴 측의 현금 보유액이 4천100만 달러(약 475억원)인 반면, 트럼프 측은 130만 달러(15억원)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130만 달러는 대선 주자보다는 하원의원 후보의 선거자금에 가깝다고 NYT는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총 2천600만 달러(301억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슈퍼팩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행동'(Priorities USA Action)도 지난달 1천210만 달러(140억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4월보다 350만 달러 늘어난 것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액수다.

총 5천200만 달러(601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미국을 위한 최우선행동'은 풍부한 자금을 밑천으로 트럼프를 공략하는 TV, 라디오, 인터넷 광고를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경합주 8개주에 내보내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도 지난달 1천230만 달러(142억원)의 모금액을 기록했다.

반면 최근 유세에서 '(선거자금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던 트럼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모금액을 합쳐도 지난달 1천860만 달러(215억원)를 더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RNC의 모금액은 1천300만 달러(151억원)로 4월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당의 대선후보가 사실상 확정되면 선거자금 모금액이 많이 늘어나지만 공화당은 그런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와 RNC가 5월 한 달 7천600만 달러(879억원)를 모은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대표적인 슈퍼팩인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도 거물 후원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달 140만 달러(16억원)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

클린턴에 턱없이 뒤지는 선거모금 실적으로 트럼프의 대선 광고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와 그의 지지자들이 이번 달에만 2천600만 달러(301억원) 가까이를 대선광고에 투입했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공화당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TV광고를 한 건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름과 가을 광고 계획도 아예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캠프는 지난 18일 후원자들에게 '긴급' 지원 요청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메일은 "클린턴의 광고 공격에 대항하는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10만 달러(1억2천만원)를 긴급하게 모아야 한다"며 "오늘 밤 11시59분까지 당신의 기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트럼프 캠프 자금의 상당 부분이 트럼프 개인 사업에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켓워치는 이날 FEC 자료를 분석해 트럼프 캠프가 지난달 지출한 670만 달러(78억원)의 20%가량이 트럼프 소유 회사와 가족들에게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지지자를 상징하는 빨간색 모자를 제작하는 데 20만8천 달러(2억4천만원)는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자금난'은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갈 길이 먼 트럼프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미국 몬머스 대학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응답자들로부터 47%의 지지율을 얻어 40%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를 7%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NYT가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