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D-3] '애도 휴전'은 끝…캐머런 "브렉시트는 편도 승차권" 공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가 2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가운데 찬반 양측의 공방전이 19일 0시부터 다시 시작됐다. 지난 16일 피살된 잔류파 조 콕스 하원의원(노동당)을 애도하기 위해 찬반 양측은 18일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여론조사 결과 공개 등도 모두 미뤄졌다.

19일 0시1분,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밀린 기사를 쏟아냈다. 콕스 의원 피살 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는 이 사건이 잔류파에 힘을 실어줬음을 보여줬다.

◆英 총리 “브렉시트 후 EU 복귀 불가”

잔류를 주장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보수당)는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편도 승차권”이라며 “EU에서 탈퇴하면 이를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선데이익스프레스에 기고문을 실어 “EU는 완전하지 않으며 나 역시 EU에 실망했다”면서도 “EU에 남는 것이 영국민의 일자리, 소비자물가, 안보 문제, 자녀들의 (해외진출) 기회, 연금 가치 등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역설했다.

국제기구 등의 ‘브렉시트 만류’ 조언도 뒤를 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이 EU를 떠나면 연간 80억파운드(약 13조원)의 회원국 분담금을 아낄 수 있지만,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만 감소해도 그 효과가 상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기업들이 영국을 떠나고 영국 국민의 임금이 영구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영국 경제 규모가 내년 0.8% 위축되고, 2019년에는 최대 5.5% 쪼그라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도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변방의 섬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英 법무장관, “탈퇴 후 침체 없을 것”

브렉시트 찬성파를 대변하고 나선 것은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이다. 그는 일요일자로 발간된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경기침체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효과를 논하기 시작하면 반대에 힘이 실리기 때문에 그보다는 ‘주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정치적 가능성을 부각한 전략이다.

콕스 의원 피살과 관련해 고브 장관은 “우리는 이민을 지지하며, 영국은 다문화국가이고 다양한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난민 지원을 지속하고 제대로 도우려면 우리가 (유입) 숫자를 통제한다는 확신을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낮 12시께 대략적 결과 나올 듯

시장은 신중하게 기다리고 있다. 16일 콕스 의원 피살 사건 후 브렉시트에 대한 공포 분위기가 꺾이기는 했지만, 우려를 완전히 가시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월가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번달 현금보유 비중이 5.7%로 200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5.5%)보다 높았다. 16일 장중 한때 파운드당 1.4013달러까지 떨어졌던 파운드화 가치는 1.4346달러까지 반등세를 이어갔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 현지시간으로 오후 10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까지 382개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언론들은 24일 새벽 4시께(24일 낮 12시) 투표 결과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