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달 9~16일 6거래일 연속 내려…시총 47조원 허공으로

오는 23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를 앞두고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살얼음판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증시가 단기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되면서 영국계 자금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시장에 반영됐다며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브렉시트발 '먹구름'…국내시장 공포지수 넉 달 만에 최고치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브렉시트는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동반 약세와 달러화 강세를 자극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및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HMC투자증권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액 중 영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약 36조원)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며 "브렉시트 발생 시 단기적 수급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브렉시트가 결정이 나오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미국계와 영국계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순매도할 수 있다"며 "특히 영국계 자금의 유출은 상당한 규모로 오래도록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렉시트를 두고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브렉시트 공포심은 이미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코스피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6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2,020선에서 1,950선 초반까지 미끄러졌다.

이 기간에 코스피 시가총액은 47조원가량 증발했다.

코스피는 지난 17일 발생한 영국 하원의원 피살 사건에 따른 브렉시트 우려 완화로 소폭 상승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지난 17일 17.73을 기록하며 지난 2월17일(18.55) 이후 넉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물론이고 국민투표 시행 여부조차 불확실해졌다"며 "당분간 금융시장은 신중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투표 이후 안도랠리 이어질 수도"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브렉시트와 관련한 시장의 과민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가 엇갈리고는 있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고, 영국이 EU에 잔류하면 위험 지표들이 빠르게 안정화돼 안도 랠리가 나타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의 EU 탈퇴 시 발생할 경제성장률 하락 등을 고려하면 쉽게 탈퇴를 결정하진 못할 것"이라며 "EU 잔류로 결론나면 그동안 증폭됐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단기 위험 선호 심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해온 영국 하원의원 피살 사건은 부동층이 브렉시트 반대를 지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여론조사에서 이런 경향이 확인되면 국내 증시를 포함한 위험자산의 가격이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해도 이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며 "브렉시트 공포감에 함몰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더라도 EU 조약에 2년의 협상 기간이 남아 있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덜어주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협상의 범위와 복잡성을 감안할 경우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이럴 때 투자전략은…"추가 조정 대비" vs "저가매수 기회로"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스피가 브렉시트 우려로 추가 조정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코스피가 1,800선까지 단기 급락하는 충격을 받을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결정 시 1,800선까지 지지선이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브렉시트 발생 초기에는 방어주로 포트폴리오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지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의 탈퇴가 결정되면 코스피는 박스권 하단인 1,850선 전후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수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실적 개선주나 배당주와 같은 개별 종목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조언이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 확대를 활용해 2분기 실적 모멘텀 보유 업종군을 중심으로 비중확대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동섭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주나 우량 자산주 등을 중심으로 변동성 확대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슈가 단기 패닉의 재료에 그칠 것이란 관측을 바탕으로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한금융투자는 브렉시트가 현실화해 코스피 지수가 내려가도 1,800선 중반 이하로 가면 절대적 저평가 구간이므로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찬반 투표 전까지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에 2,000선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 전략이, 1,860선을 하회할 때는 적극적인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결과를 본 이후 주식 비중을 결정하기보다는 절대 지수 레벨을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주식비중을 늘려가야 한다"며 "1,900선 초반에서는 경기민감주 중심의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