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우의는 피와 목숨으로 이룬 것…패권국 두려워하지 않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세르비아 국빈방문은 미국의 오폭사고 현장 방문으로 시작됐다.

1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17일(현지시간) 오후 세르비아에 도착한 뒤 1999년 5월 7일 미국의 오폭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중국대사관 터를 방문,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으로 공식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32년 만인 시 주석의 세르비아 국빈방문 첫날 오폭현장 추모행사에는 세르비아에서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부치치 총리, 각료들이 모두 참석했다.

당시 미국 공군의 오폭으로 중국대사관에서 신화통신 기자인 사오윈환, 광명일보 기자 쉬싱후와 그의 아내 주잉 등 3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베오그라드 시정부는 2009년 5월 7일 중국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르비아에 대한 중국의 지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전 대사관 부지에 기념비를 만들었다.

시 주석이 미국의 오폭 사고 현장 방문으로 세르비아 공식방문을 시작한 것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에 이은 히로시마 방문 등으로 중국의 포위전략을 강화하고 있는데 따라 동유럽에서 우군확보와 함께 미국의 오폭 현장방문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시 주석은 중국과 세르비아 양국이 특별히 느끼는 우의는 피와 목숨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이런 선린관계는 세대를 이어 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 주석은 양국이 평화를 사랑하며 패권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가라고 말해 미국을 겨냥했다.

양국 정상은 오폭 현장 행사가 끝난 뒤 이전 중국 대사관부지에 만들 중국문화센터 주춧돌을 놓는 행사에 참석했다.

베오그라드시는 이날 중국문화센터로 이어지는 거리를 중국의 철학자 '공자' 이름을 본떠 공자거리로 칭하고 광장은 '중국-세르비아 우호의 광장'으로 칭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이어 베오그라드의 명물로 지금은 공원이 된 칼레메그단 요새에 올라가 산책하며 우의를 다졌다.

시 주석은 세르비아 방문 기간 철도, 고속도로, 교량 등 인프라 구축, 외교전략 등 다방면에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2002년 유고슬라비아 해체에 따라 독립한 세르비아는 낙후된 경제 발전을 위해 외부의 투자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고 니콜리치 대통령은 그 대상으로 중국에 '올인'하고 있다.

니콜리치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찾았고, 두 달 뒤인 11월 알렉산드르 부치치 총리가 '16+1(동유럽 16개국+중국) 협력' 회의 참석차 방중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추진과 새로운 시장 개척 등의 측면에서 유럽의 관문이라고 할 세르비아를 중시하고 있다.

또 남중국해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 유럽에서 우군확보도 시급한 목표다.

시 주석은 세르비아에 이어 이어 폴란드,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방문하며 23∼2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서밋 이사회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