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시 潘총장 '사우디 압력' 재론·빈 살만 '명단오류' 주장 예상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부왕세자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을 신청하면서 예멘 아동 인권침해국 명단을 놓고 불거진 양측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사우디 실력자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내주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 올 때 반 사무총장을 면담하기를 원한다는 요청을 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두자릭 대변인은 "사우디의 공식 면담 신청이 사무총장실에 전달됐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할 지를 가능한 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 주도의 국제동맹군이 최근 유엔의 아동 인권침해국명단에 올랐다가 다시 빠지는 과정에서 반 사무총장과 사우디 정부는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은 이례적으로 표면화됐다.

반 사무총장 명의의 유엔 보고서는 국제동맹군이 지난해 예멘 아동 1천여 명을 살상한 책임이 있다는 유엔 특사의 보고에 따라 국제동맹군을 아동 인권침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러나 사우디와 아랍 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반 총장은 한시적으로 동맹군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를 놓고 국제인권단체들은 "반 총장이 아랍 국가에 굴복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사우디가 이 과정에서 명단서 제외시키지 않으면, 유엔의 구호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가의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반 총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등이 "받아들이기 힘든 과도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공개하면서 명단 제외는 팔레스타인, 남수단, 시리아, 예멘 어린이들을 위한 유엔 프로그램 유지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면담이 성사될 경우, 반 사무총장은 사우디의 '압박'은 유엔 회원국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부당성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유엔의 블랙리스트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는 지난 8일 반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누가 그런 정보를 제공했는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나, 유엔은 정보원을 밝히지 않겠다며 답신하지 않고 있다.

예멘 국제동맹군에는 사우디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세네갈, 수단이 참가하고 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