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우파 찬성…북유럽 좌파는 투표 계기로 EU개혁 촉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정파가 이 투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관심이 쏠린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이탈하면 EU가 사분오열할 것이라며 '제발 떠나지 말라'고 호소하고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도 "EU가 와해할 것"이라며 영국의 잔류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EU 회원국 정부는 대체로 비중 있는 동료 회원국의 이탈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적지 않은 정당들이 노선과 명분, 정치신념에 따라 태도가 엇갈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EU 주요 회원국 가운데 브렉시트에 대한 정당별 입장, 그 이유와 배경을 소개했다.

◇ 프랑스 국민전선 = 반이주, 반유로화를 기치로 내건 국민전선은 집권하면 프랑스의 EU 회원 조건을 재협상하고, 이를 놓고 국민투표를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영국의 국민투표를 환영하면서, 영국의 브렉시트 캠프가 반기지 않지만, 브렉시트 캠페인을 지지하고자 영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EU 탈퇴 투표를 계기로 회원국들이 EU를 떠나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펜 대표는 "EU 회원국은 저마다 잔류할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프랑스 역시 같은 실험을 하길 바란다"면서 올해 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국의 EU 회원 조건을 재협상한 것이야말로 "EU 종말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독일·오스트리아 =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도 프랑스 국민전선에 못지않게 브렉시트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을 반기는 세력이 있다.

현재 독일 정당 중 지지율 3위인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EU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온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브렉시트를 직접 지지하지는 않는다.

독일의 EU 탈퇴(저시트·Gerxit)를 거론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정당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같은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EU의 제도적 개혁이 이뤄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대표는 "브렉시트가 발생한다면 치명적이지만 이는 맹목적 EU 확대 정책을 고칠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영국이 떠나 영국의 EU 기여분이 없어진다면 독일은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졌던 오스트리아의 우파 자유당은 2005년 창당 때부터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유당은 최소한 오스트리아의 EU 회원 자격을 둘러싼 재협상이 이뤄져야 하고, 재협상이 결렬되면 오스트리아 탈퇴(외시트·Oxit)를 놓고 국민투표를 벌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유럽 '비셰그라드' 4국 = 헝가리와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비셰그라드(Visegrad) 4개국 정상은 지난 8일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쪼개져서는 안 된다며 영국의 잔류를 호소했다.

현 상태가 이미 적지 않게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 EU의 포용 정책에 따라 2004년에 EU에 집단 가입한 이들 국가는 각종 개발기금과 자유이동의 노동시장 정책의 혜택을 누렸다.

그만큼 EU 탈퇴 정서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헝가리의 싱크탱크인 '폴리티컬 캐피탈'의 에디트 지구트는 "헝가리 수출품의 대부분이 EU 국가로 향하고, 헝가리 사회간접자본의 97%가 EU 공동 재정에서 충당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것은 이들 국가에 수출 시장의 축소이자 동맹의 상실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벨기에·스칸디나비아 = 이탈리아에서는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며 정당별 입장도 뚜렷하지 않다.

다만 전국 지지율이 28%인 오성운동(M5S)은 EU가 아니라 유로화 사용에 반대해 유로존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EU라는 유럽의 실험이 실패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은 유로화에 볼모로 잡혀 결국 "유로의 손아귀에 멱살을 잡혀 죽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벨기에의 분리주의 운동을 지지하는 우파 플레미시 당도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다.

이 정당도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이는 다른 회원국도 같은 길을 걷도록 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다른 회원국과 달리 '좌파당' 등 좌파 계열 정당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

EU가 은행과 기업의 이익을 우선해 건강과 복지, 인권, 환경 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사한 맥락에서 덴마크의 '적녹연합'도 "EU가 다국적 기업의 편에 서고, 개혁에는 반대한다"며 "EU가 경제 성장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난하며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