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업종, 철강·석탄·알루미늄 이어 정유업까지 번져

중국 정유업계가 국내에서 남아도는 물량을 대거 해외로 쏟아내면서 국제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중국 국영 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산하 경제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중국 정유업계의 생산능력은 7억1천만t이며 약 1억t이 공급 과잉 상태다.

공급 과잉 물량은 올해 2천만t 가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서남부 쿤밍에서 최근 가동된 새로운 정유공장이 올해 추가분의 절반을 차지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의 공급과잉이 철강과 석탄, 알루미늄에 이어 정유업계로 번지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적 변화가 아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를 비롯한 중동 정유회사들의 수익성을 해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시장의 수급에 단기적으로 큰 충격을 미치는 요인은 원유 수입 허가 요건이 완화돼 중국의 군소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군소 정유사들이 밀집한 산둥성의 지난 4월 원유 수입 물량은 전체의 약 3분의 1에 이른다.

이들의 원유 수입이 늘어난 탓에 산둥성의 해상 관문인 칭다오항 앞바다에는 유조선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을 정도다.

양대 석유회사인 중국석화(SINOPEC)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은 군소 정유사들이 생산량을 늘리자 오히려 감산에 나서고 있다.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의 통상적인 가동률은 90%였으나 현재는 80%로 낮아진 상태다.

중국석유천연가스 그룹이 쿤밍에 건설한 새 정유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중국 서남부 시장을 주도했던 광시좡족자치구와 광둥성 정유회사들의 물량은 수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석탄 수요의 감소와 철도망의 개선으로 석탄 수송의 주요수단인 대형 트럭들의 디젤유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다른 정유회사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대다수 정유회사들의 공정은 디젤유 생산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동등한 수준의 휘발유, 제트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가동률을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는 디젤유가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중국의 3월 디젤유 수출량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4월에는 매일 3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하면서 하루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원유를 기준으로 한 디젤유의 프리미엄은 4월초 배럴당 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남아시아 국가들의 디젤유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다시 배럴당 12달러선을 회복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디젤유 수입의 주요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순수출국으로서 글로벌 시장의 공급 과잉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와 중동 정유회사들은 중국이 순수입국이던 시절에 중국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장해왔기 때문에 중국의 공급 과잉은 이들에게 악재가 되는 셈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서방의 석유 메이저들도 중국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셸은 최근 말레이시아 정유공장의 지분을 중국의 소형 정유사에 매각했고 토탈은 중국 다롄의 합작 정유공장에서 철수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