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심리 차단 노린 듯…달성 못 하면 물러날지 명확하게 안밝혀
제1 야당대표 "개헌 세력 3분의 2가 진짜 목표" 경계

다음 달 10일 투표가 실시될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여야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번에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선거 대상이 되는 의석의 과반을 목표로 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임기가 6년인 참의원의 선거는 3년에 한 번씩 치러지고 전체 242석 가운데 매번 절반인 121석이 선거 대상이 된다.

따라서 121석의 과반을 채우려면 자민당과 공명당이 61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가 애초 내년 4월로 예정돼 있던 소비세 인상을 2년 반 연기하기로 한 것에 대한 국민의 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여당이 61석 이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 자신이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지는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그는 4일 구마모토(熊本) 현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기자들로부터 목표를 달성 못 했을 때 물러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으나 "선거에서 확실히 이겨서 어쨌든 여당이 과반수를 얻게 하겠다.

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다"며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기준선 자체를 일부러 낮게 제시했거나 진심으로 원하는 목표를 감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헌법 개정을 '필생의 과업'으로 규정한 점에 비춰보면 개헌안을 발의 기준인 3분의 2 의석이 진짜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자민당과 공명당 외에 개헌에 찬성하는 야당을 포함한 이른바 '개헌 세력'이 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려면 이번에 추가로 얻어야 하는 의석은 78석이다.

자민당의 의석을 기준으로 선거를 평가할 수도 있다.

자민당이 이번에 57석을 얻으면 자민당 단독으로 27년 만에 참의원의 과반을 차지하게 되며 아베 총리는 개헌 세력 3분의 2 달성과 무관하게 이를 정치적 구심력을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아베 총리가 선거 대상 의석의 과반이 목표라고 한 것에 대해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본래의 목표는 참의원 개헌 세력 3분의 2다.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경계감을 표출했다.

그는 이번 선거의 목표가 "현재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역시 기준이 되는 의석수를 명확하게 하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가 개헌 세력 3분의 2가 아닌 여당 과반을 목표로 제시한 것은 유권자의 견제심리 발동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2014년 11월 중의원을 해산했을 때도 과반 획득을 목표로 제시했다.

당시 공명당과 자민당이 중의원의 3분 2에 조금 못 미치는 의석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보다 낮은 기준을 제시해 논란이 있었다.

선거 결과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했고 공명당과 함께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점했다.

아베 총리는 목표는 가능한 낮게 제시해 정치적 위험을 줄이되 실제로는 이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