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IT 거물 공개 비난, '전통산업' 부흥 애착에 IT계 등돌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 정치를 즐긴다.

그러나 트위터와 같은 IT 기술의 집산지인 실리콘 밸리에서 트럼프의 인기는 바닥이다.

정치인 후원금을 추적하는 스타트업 클라우드 팩에 따르면 지난 4월 트럼프가 공화당의 후보로 사실상 자리매김하고 난 후 실리콘 밸리 IT 기업들이 그의 선거캠프에 기부한 돈은 고작 5천395 달러였다.

지난해 여름 그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 1년 동안 거둬들인 총액은 1만6천420달러(한화 1천9백47만 원)에 불과했다.

실리콘 밸리 지역의 스탠퍼드 대학 1년 학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엔지니어부터 우버 택시 운전기사까지 수백만 명의 기술업계 종사자들 가운데 단 52명이 트럼프를 위해 돈을 기부했다고 한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후 270만 달러를 모금했다.

미국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6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실리콘 밸리에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면서 "거물급 인사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는 벤처투자가 피터 틸 정도"라고 말했다.

틸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했던 한 가십 전문매체를 파멸시키기 위해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과 이 매체 간의 거액 소송을 도운 사실이 최근 드러나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던 벤처투자가 마크 앤드리슨은 트위터에 이번엔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고, 멕 휘트먼 휴렛팩커드 CEO는 트럼프를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얼마 전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2일 저녁 캘리포니아주 애서턴 자택에서 트럼프 기금 모금을 위한 만찬 행사를 열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인텔 측은 이를 취소했다.

취소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실리콘 밸리 북쪽 지역인 벌링게임시에 문을 연 캘리포니아주의 트럼프 대선 캠프 사무실에는 론 사인(미국의 주택 잔디밭에 후보 지지를 표명하는 작은 표지판)과 티셔츠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고. 가져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가 트럼프를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그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인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저스를 향해 언론권력을 악용한 탈세 의혹을 제기하며 "만약 세금을 제대로 냈다면 아마존 주식은 폭락했을 것"이라고 했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는 이민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아이폰 잠금 해제를 둘러싼 논란 당시에는 '애플 거부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는 측근을 통한 이메일 메시지에서 "실리콘 밸리와 실리콘 밸리 사람들에게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화해의 손을 내민 것처럼 보이지만 실리콘 밸리 사람들은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신기술 IT 산업보다는 전통산업과 제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석탄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돈을 번 것은 부동산과 건설이었다.

실리콘 밸리 중도우파 기업인들의 모임인 링컨 이니셔티브의 설립자 가렛 존슨은 "IT 산업 주류가 타깃이 돼 있다"고 말했다.

NYT는 "클린턴은 트럼프보다는 실리콘 밸리와 이념적으로 문화적으로 더 가깝다"면서 "하지만 그녀 역시 기술 산업의 챔피언으로서 선거운동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어 "오바마 행정부와 실리콘 밸리는 지난 8년간 밀월관계를 유지했다"며 "오는 11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실리콘 밸리는 지난 8년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