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빅 이벤트'로 시작된 에어비앤비…리우올림픽 숙박난 해결사로 뜬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산타 테레사에 거주하는 안나 칸 씨는 ‘2016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8월5일부터 21일까지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대신 여행으로 빈 자신의 방을 올림픽 방문객에게 내주기로 했다. 사진작가인 그는 이미 자신의 빈방 네 개를 리우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빌려주며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의 친구와 친척들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리우 올림픽 기간 중 빈방을 내놨다. 모두 예약이 마감됐다.

에어비앤비 적극 활용하는 브라질

지난해 3월30일 협약식에서 2016 리우올림픽조직위원회 시드니 레비 CEO(왼쪽)와 조 게비아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오른쪽)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서로 악수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지난해 3월30일 협약식에서 2016 리우올림픽조직위원회 시드니 레비 CEO(왼쪽)와 조 게비아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오른쪽)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서로 악수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올림픽, 월드컵 등 ‘빅 이벤트’를 앞둔 국가에서 일시적 숙소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유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두 차례 큰 행사를 여는 브라질은 에어비앤비에 우호적이다.

2016 리우 올림픽 위원회는 지난해 3월 에어비앤비와 대안 숙소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림픽 1년 전부터 리우 지역 호텔 예약이 90% 가까이 차면서 일시적으로 늘어난 숙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마리오 안드라데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올림픽 기간 중 최소 60만명이 리우를 찾을 전망”이라며 “숙박 문제는 새 호텔을 짓고, 부족한 부분은 에어비앤비 시스템을 활용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리우 지역에만 2만5000여개의 숙소를 마련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숙소 예약을 마친 관광객은 지금까지 3만5000여명에 달한다.

브라질은 2014년 열린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에어비앤비 덕을 톡톡히 봤다. 공급을 초과하는 숙박 수요에 브라질 정부는 에어비앤비에 도움을 요청했다. 에어비앤비는 전담팀을 브라질로 보내 숙소를 늘리도록 했고, 효과도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월드컵 1주일 전까지 숙소난을 겪던 쿠이아바시의 숙소 수를 기존의 두 배인 1000여개로 늘렸다. 두 차례의 큰 행사를 치르면서 브라질 전역의 에어비앤비 숙소 수는 2014년 2만6000개에서 올해 8만개로 증가했다.

빅 이벤트로 탄생한 아이디어

[BIZ Success Story] '빅 이벤트'로 시작된 에어비앤비…리우올림픽 숙박난 해결사로 뜬다
에어비앤비의 시작도 빅 이벤트에서 출발했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산업디자인콘퍼런스가 열리자 일대는 호텔 방 부족 사태를 겪었다.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 세 명은 관광객에게 자신의 집을 잠자리로 빌려주고 돈을 벌었다. 그들은 전 세계의 누구든 자신의 집을 빌려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에어베드와 아침 식사(Air Bed and Breakfast)’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현재 255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에어비앤비가 빅 이벤트를 지원해온 역사는 길다. 창업한 그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빈방이 없어 덴버시는 시립공원을 숙소로 개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에어비앤비가 해결사로 나섰다. 빈방이 있는 현지 주민과 묵을 곳이 없는 전당대회 참가자들을 연결해주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캠페인 경험을 바탕으로 에어비앤비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 기관인 Y콤비네이터로부터 3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2009년부터 세계 최대 창조산업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참석자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기간 중 9700여명의 방문객에게 숙소를 제공했다.

국가와 지역 주민에도 이익

빅 이벤트를 치르는 국가들이 공유숙박업체를 활용하는 이유는 기존의 자원을 활용해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는 일시적인 숙박난을 기존 가정집의 빈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2014년 월드컵 기간 중 브라질에 머문 관광객의 20%는 에어비앤비의 숙소를 이용했다. 올해 리우 올림픽 기간 중 예약 인원 수는 월드컵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에어비앤비 측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호텔을 짓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이벤트가 끝난 뒤 호텔의 공실이 늘어날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파트너십 체결 이유”라고 강조했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얻는 이득도 있다. 자신의 집을 관광객에게 내놓는 호스트는 숙박비를 통해 추가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리우에서 만난 루카스 씨는 “최근 실업난이 심각한 브라질에선 공유 숙박 사이트에 자신의 집을 내놔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트리스타오 에어비앤비 브라질지사장은 “올해 브라질에서 5만개 이상의 숙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은 수십~수만달러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대의 숙소 중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측은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숙소의 숙박비는 호텔에 비해 평균 50%가량 저렴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관광지에 밀집한 호텔에 비해 다양한 지역에 흩어진 가정집을 방문해 지역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리우 빈민촌인 파벨라 지역의 호스트 악셀 라예 씨는 “관광객들이 과거에는 관광지만 둘러보고 갔다”며 “지금은 파벨라가 빈민촌으로 유명해지면서 지역 문화를 직접 느끼고 싶어 방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