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위원 오늘 1차 임기 만료…회원국들 美 성토 분위기

미국이 한국인 최초의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으로 활동 중인 장승화 서울대 교수의 연임에 반대하면서 다른 회원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장승화 위원의 1차 임기 만료를 며칠 앞둔 지난주 WTO회원국들에게 그의 연임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미국측은 상소기구가 미국을 포함한 3건의 분쟁, 또다른 1건의 분쟁과 관련해 내린 결정들을 반대 이유로 거론하면서 상소기구가 지나치게 학술적 결정을 내리곤 하는 패턴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측은 "상소기구는 위원들에게 관심이 있거나 특정위원들에게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는 단순한 이유로 사안들을 추상적으로 다룰 수 있는 학술기구는 아니다.

추상적 논의에 관여한다는 것은 상소기구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WTO는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해 회원국들의 통상 분쟁을 중재하며 상소기구는 DSB의 2심 기구에 해당한다.

상소기구의 위원 7명의 임기는 4년이며 2012년 선출된 장 교수의 경우는 31일자로 1차 임기가 만료된다.

연임하려면 모든 WTO 분쟁해결기구 회원국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미국이 반대하면 장 교수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브라질, 일본 등은 관례적이었던 상소기구 위원의 연임에 반대한 것은 상소기구의 독립성은 물론 WTO의 분쟁중재 시스템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통상법 학자들도 미국을 성토하고 있다.

EU는 지난주 소집된 DSB 집행위에서 "이는 전례없는 일로, 상소기구 위원들의 독립성과 불편부당성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어바인 대학의 그레그 샤퍼 교수는 미국의 반대는 순수한 법적 영역에 정치를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고 논평하면서 "미국을 법치라는 원칙의 지지자가 아닌, 불량배처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의 대응 사례는 전세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하고 "WTO 상소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통상분쟁을 해결하는 법적 기반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FT는 WTO의 분쟁 중재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미국이 장 교수의 연임을 거부한 것은 이 기구의 회원국들에게는 각별한 우려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WTO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데다 WTO 상소기구가 앞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다룰 시기라는 점이 반대 입장을 취한 배경일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상소기구가 다룰 중요한 사안의 하나는 중국이 WTO 내에서 시장경제 지위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 여부다.

시장경제 지위는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 가하는 반덤핑 조치에 대항할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큰 경제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다.

중국은 WTO 가입 25주년을 맞는 오는 12월에 자동적으로 시장경제 지위가 부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일부 회원국들은 중국의 WTO 가입협정문의 관련 문구가 애매하다면서 상소기구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최근 중국 철강산업의 과잉생산을 둘러싼 마찰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저가 중국산 철강제품이 밀려들면서 역내 철강회사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는 유럽연합에서는 정치적으로 더욱 민감한 관심사로 부상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