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다음 달 25일 미국을 경유해 파나마와 파라과이 등 두 남미 수교국을 순방할 계획이라고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가 23일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미국 동남부 마이애미를 거쳐 파나마, 파라과이를 방문한 다음 귀국하는 길에는 대만 화교들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를 들를 예정이다.

순방 일정은 일주일을 넘기지 않을 예정이다.

대만 총통부와 국가안보회의는 차이 총통의 출국 일정과 관련해 회의를 소집했다.

차이 총통은 이번 미국 경유를 활용해 중국에 거리를 두는 대신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대외관계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차이 총통을 미국이 어떻게 대우하느냐는 미국의 대중정책, 양안관계의 미래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총통은 통상 우방국을 순방하는 길에 항공기 재급유 등을 이유로 미국을 중간 기착하는 '경유 외교'를 펼쳐왔다.

하지만 양안관계 정세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우는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미국 정부는 상호 대표처만 두고 있는 미수교국인 대만 총통에 대해 중국의 압박을 의식해 그동안 정상으로서 의전을 제공하지 않았다.

대만 총통 역시 미국을 거쳐 가더라도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모습을 최대한 자제하는 '로우키'(low-key)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친중 정책을 폈던 전임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중국의 묵인 아래 아프리카와 남미 우방을 순방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해 하루 정도 체류하며 미국 정계인사들과 전화접촉을 갖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였다.

양안관계가 험악했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시절엔 미국으로부터 알래스카를 중간 기착지로 제시받는 냉대를 받은 끝에 이를 거부하는 등 '경유 외교'가 원활치 않았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