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서 면담요청 계획…'원죄적 책임' 회피에 문제 제기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찾아가 미국과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전달한다.

경남 합천에 있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오는 27일 히로시마를 찾아 오바마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편지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일본방문단은 원폭피해자협회 대표 성락구·심진태 등 5명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합천평화의집 활동가 등 10여 명이다.

이들은 오는 24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면담을 추진한다.

이어 26일 오전 10시 미 대사관 앞에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6시에는 히로시마 평화공원 앞 한국인 위령비를 찾아 추모식을 할 계획이다.

방문단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인정, 조사, 사죄, 배상을 요구한다'는 제목으로 오바마에게 전하는 서한문을 확정했다.

서한문에는 "우리는 귀하가 히로시마를 방문하면 먼저 아무런 죄도 없이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한 강제 징용과 피폭으로 죽어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하라"고 적었다.

이어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 피폭을 당한 원폭 피해국"이라며 "피폭 7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인 피폭자들의 피해 전모에 대한 조사, 사죄,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외교적 무능에도 책임이 있지만,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과 원폭 투하의 원죄적 책임을 회피하는 미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문단은 한국인 피폭자 관련 정보와 자료를 공개하고 한국인 피폭자 실태에 대한 전 방위적인 진상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핵 없는 세계'라는 인류 지향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 줄 것도 촉구했다.

(합천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