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치 후려쳐 과세액 ↓·세금 미납 등
USA 투데이 "1980년대 말부터 올해까지 끊임없이 싸워"

미국 언론의 납세 명세 공개 요청에 시달리는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세금 문제를 놓고 징수기관과 숱하게 대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19일(현지시간) 법원 기록과 재산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세금 미납, 과세 조정과 관련해 트럼프 회사를 대상으로 한 징수기관의 소송, 조세 분쟁 건수가 100건 이상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소유 기업이 1980년대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거의 해마다 징수기관과 분쟁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지난해 6월 이후에도 트럼프 자회사는 뉴욕 주 정부에서 납세 연체·세금 미납금 1만3천 달러(약 1천549만 원)를 내라는 납세 보증서를 최소 5차례 이상 받았다고 소개했다.

납세 보증서는 납세자가 세금을 완납하지 않을 때 징수기관이 납세자의 재산에 담보 설정하는 것을 뜻한다.

납세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청에도 '상관 말라'며 버티는 트럼프를 향해 미국 유일의 전국지인 USA 투데이가 본격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트럼프 검증팀 가동)와 뉴욕타임스(트럼프 주변 여성 보도) 등 미국 유력 신문도 트럼프와의 일전을 시작했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집권하면 자신과 같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던 발언과 달리 트럼프는 조직적으로 보유 자산의 가치를 낮춰 세금을 덜 내도록 분쟁의 대상으로 삼거나 징수기관이 다른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아예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패로 끝난 2010년 트럼프 모기지 벤처(1천580달러), 트럼프안트러프러너이니셔티브(1천747달러) 등 100억 달러(11조9천150억 원)의 자산을 보유했다던 트럼프에게 '걸맞지 않은' 미납액이 눈에 띈다.

분쟁 끝에 해결되긴 했으나 뉴욕 주 조세 재정국은 트럼프의 계열사에 최소 36차례나 세금 미납과 관련해 담보 설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세금을 적게 내려고 백방으로 노력한다"는 그의 말마따나 트럼프는 보유 자산 가치를 후려쳐 과세액을 낮췄다.

이를테면 뉴욕 주 브라이어클리프 매너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웨스트체스터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1천430만 달러로 가치를 평가했지만, 트럼프 회계 법무팀은 이 평가액의 10%에 불과한 140만 달러로 90%나 낮춰 봤다.

플로리다 주 주피터에 있는 리츠 칼턴 골프클럽 앤드 스파의 가치도 1천350만 달러를 훌쩍 넘지만, 트럼프 측은 실제 가치는 한참 못 미친다고 세무서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골프장 인근 주민들은 '웃기는 얘기'라고 코웃음을 쳤다.

세무서에 쏟은 불평과 달리 트럼프는 대외적으로는 두 골프장 모두 현재 5천만 달러(약 595억7천5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USA 투데이는 사모펀드를 설립한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가 납세와 소득 신고 문제로 곤욕을 치렀지만, 트럼프의 자산은 훨씬 복잡한 부동산과 투자회사로 얽혀 있고, 그의 회사 중엔 지금도 세금 분쟁 중인 곳도 있다고 짚었다.

롬니는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납세 명세에 '폭탄'이 있을 거라고 믿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그의 재산이 자신이 말한 것에 한참 못 미치거나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