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발 카이로행…"갑자기 방향 바꾸고 급강하"
올랑드 대통령도 추락 확인…그리스 섬 인근서 잔해 추정 물체 발견
승객 대부분 이집트·프랑스인…한국인은 없어


승객과 승무원 66명을 태우고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이집트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 여객기가 19일(현지시간) 지중해에 추락했다.

이에 따라 이집트와 프랑스 당국은 테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추락기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그리스 섬 인근 지중해에서 잔해 추정 물체가 일부 발견됐다.

이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대부분은 이집트와 프랑스인으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집트항공이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8일 밤 11시9분 파리에서 출발해 카이로로 비행 중이던 이집트항공 MS804기가 다음날 새벽 2시45분께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에어버스 A320 비행기는 주위의 어떤 공항에도 착륙하지 않았다"며 "추락이 확인됐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TV연설을 통해 여객기가 지중해 상에 추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비행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원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또 추락 원인에 대해 "그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항공기는 고도 3만7천피트(1만1천280m)로 지중해 상공을 비행하다가 이집트 영공에 진입한 후 16㎞ 지점에서 연락이 끊겼다.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 해안으로부터는 약 280km 떨어진 곳이다.

그리스 국방부는 "이 여객기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직전 급강하했다"라고 전했다.

이후 수색 작업에 나선 그리스 당국은 "그리스 섬 인근의 해역에서 사고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 2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여객기는 카이로공항에 이날 오전 3시15분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집트군은 해당 여객기로부터 어떠한 조난 신호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집트항공의 한 관계자가 한때 "실종 약 2시간 뒤인 오전 4시26분 조난 신호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집트군 당국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집트항공은 또 애초 이 여객기에 승객 59명과 승무원 10명 등 모두 69명이 탑승했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최종 탑승자 수를 66명으로 정정했다.

승객 가운데 어린이 1명과 유아 2명이 포함됐다.

이집트 민간항공부에 따르면 이 여객기에는 이집트인 30명, 프랑스인 15명이 타고 있었다.

두 국가 이외 영국과 벨기에, 이라크, 쿠웨이트,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차드, 포르투갈, 알제리, 캐나다 등 12개국 출신 승객도 여객기에 탑승했다.

승무원 10명은 기장과 부기장, 객실 승무원 5명, 보안 담당 3명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인은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집트군 당국은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조사에 나서는 한편 지금도 추락기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집트군은 정찰용 항공기와 해군 함정을 지중해에 파견했으며 프랑스와 그리스 당국도 수색 작전에 합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수색 작업을 돕겠다고 밝혔다.

여객기 추락 원인에 대해 셰리프 파티 이집트 민간항공부 장관은 "기술적 결함보다는 테러리스트의 공격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도 이집트 당국과 이 사건을 두고 협력하고 있다면서 "어떤 가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에 따르면 추락한 항공기는 2003년부터 운항을 했으며 이날 특수 화물을 적재하지 않았다.

이집트 항공 당국 관계자는 또 여객기가 실종 전후 구조 요청이나 저고도 위험을 알리는 교신을 보내지 않았으며 마지막 교신은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10분 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고기 기장은 6천275시간 비행 경력이 있으며 그중에서 실종된 항공기 기종인 에어버스 A320을 조종한 시간은 2천101시간이다.

부기장의 비행 경력은 2천766시간이었다.

앞서 3월 말에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출발해 수도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국내선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여객기를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 강제 착륙시킨 납치범은 외국인 승객을 인질로 잡았다가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풀어주고 체포됐으며 납치범이 입은 폭탄 조끼는 가짜로 밝혀졌다.

또한, 작년 10월에는 러시아 여객기가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폭발해 224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해 항공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이 사고 직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배후를 자처했다.

1999년에는 이집트항공 소속 여객기가 대서양을 건너던 중 미국 매사추세츠 낸터켓섬 인근서 추락해 탑승자 217명 전원이 숨지기도 했다.

(카이로·서울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