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인 한국 결코 포기안해"…'방위비 재협상' 기조 재확인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진영이 본선을 앞두고 한반도 관련 정책에서 '톤 조절'에 나섰다.

트럼프의 외교 담당 보좌역인 왈리드 파레스(58) 미국 BAU 국제대학 부총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국내 언론 가운데 연합뉴스와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동맹인 한국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이나 다른 국가로부터 위협을 받는다면 트럼프는 한국을 지키고 지지할 것"이라며 한국을 향한 트럼프의 그간 '주한미군 분담금 100% 부담' 주장에 대해 "원칙을 설명한 것이며, 협상 테이블에서 올릴 최대치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트럼프 집권시 재협상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파레스의 설명은 트럼프가 그동안 보였던 극단적 언행과는 확실히 온도차가 있다.

트럼프는 경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거나, 자체 방어를 위해 한일의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는 등 기존 한미동맹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을 해왔다.

트럼프는 특히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내며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100%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파레스의 발언은 외교담당 보좌역의 비교적 정제된 언어와 기존보다 동맹 친화적인 발언으로 대선주자다운 면모를 보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실제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한미관계에 상당한 파문이 일 것이라는 게 외교 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그간 주미대사관·총영사관 등을 총동원해 트럼프 캠프 측과 접촉망을 확보, 한미동맹 및 방위비 분담 등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왔다.

물론 트럼프 캠프 측에서도 한국의 동맹 기여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본선 후보가 되면 이런 부분을 더욱 신경 쓰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레스의 이번 인터뷰 내용은 캠프 측의 이런 태도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본선 레이스를 앞두고 트럼프의 동맹 관련 인식과 정책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의식, '동맹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파레스는 "동맹과 우방들이 부담을 더 지라는 것"이라며 트럼프 집권시 방위비 분담 문제를 재협상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 또한 '마지막 시나리오'라면서도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안보 혜택을 보고 있는 만큼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기본 접근법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집권시 '주한미군 철수'라는 배수진을 치고 방위비 추가 분담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에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를 끌고 가려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양국관계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안게 된다.

파레스는 이미 발효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협정 내용 모두를 취소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재검토 의지를 밝혀, 트럼프 집권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필두로 하는 외교·안보 및 동맹정책과 한미 FTA 등을 둘러싸고 한미동맹의 긴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도 만일 트럼프가 집권해 실제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최근 연합뉴스에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전략의) 큰 그림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