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원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주식시장 펀드에서 900억달러(약 105조원)가 순유출돼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자료를 인용, 15일 보도했다.

FT는 글로벌 증시 투자금이 지난주에만 74억달러 빠져나가는 등 5주 연속 감소했으며,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펴는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주식펀드 자금 감소의 93%, 839억달러는 북미와 서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서 발생했다.

신문은 글로벌 증시가 올초 폭락장세에선 벗어났지만 지난달 말부터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은 물론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위험자산 투자를 꺼리는 요인이 된다고 전했다.

애플이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후 시가총액이 800억달러 감소하면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온 정보기술(IT)기업의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3일 나온 미국 4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3% 급증하면서 작년 3월 이후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지만 이날 뉴욕증시가 하락한 것도 투자자의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JP모간은 다음달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가능성과 스페인 총선, 11월 미 대선 등 정치적 리스크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