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밀가루·닭고기·속옷까지 훔쳐…급격한 정책변화 필요"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베네수엘라에서 이번주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던 군중이 밀가루, 닭고기와 속옷까지 훔치는 등 나라 곳곳에서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 공식 자료는 없지만 베네수엘라 사회갈등 관측소라는 인권단체 추계로는 올 1분기에 약탈이나 약탈시도로 보이는 사건이 107건이나 일어났다.

소셜 미디어에는 군중이 상가에 난입하고 트럭을 덮치거나 약탈 상품을 놓고 다투는 모습이 자주 올라온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 12일 타키라 주에서 트럭 추돌 사고로 적재 화물이 쏟아지자 인근 수백 명이 달려들어 키친롤, 소금, 샴푸 등을 약탈했다고 현지 관리와 목격자들이 전했다.

현지 민방위 관리인 루이스 카스트리욘 등은 당시 큰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약탈을 막던 보안 관리 6명을 포함해 15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안데스 산맥 인근 메리다주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채 복면을 한 무리가 한데 쌓아지는 밀가루 650 포대를 훔치려다 보안군의 저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방위군 2명과 경찰 4명이 다쳤다.

이런 장면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 초 이후 경제가 위축돼 인플레가 세계 최고 수준인 베네수엘라에서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정전과 단수도 잦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작금의 경제 위기가 유가하락과 수력발전에 타격을 준 가뭄, 우파 성향의 재계와 정치인들이 일으킨 '경제 전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은 마두로 대통령과 전임자 우고 차베스가 실시한 국가주의 경제 정책이 야기한 인재(人災)라면서 올해 중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해 정권을 교체하려 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약탈 사태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면서 국민소환 투표에 대해서는 정적들이 이웃 브라질에서 벌어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직무정지 사태와 비슷한 '쿠데타'를 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굶주림과 절박함 때문에 사람들이 절도 행각에 나선다면서 환율 및 가격 통제 완화와 같은 급격한 정책 변화가 없으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