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검찰 "IOC 위원 측에 24억원 입금 확인…수사 중"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일본 측이 뒷돈을 줬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가 의혹을 제기한 후 프랑스 당국은 거액의 자금이 일본 측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으로 송금된 사실을 확인했고 일본 정부는 자체 조사할 뜻을 표명했다.

1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 당국은 일본의 은행계좌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던 라민 디악 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 아들과 관련 있는 싱가포르 회사 계좌로 약 280만 싱가포르 달러(약 23억8천62만원)가 송금된 것을 파악했다고 현지시간 12일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 당국은 도쿄올림픽 유치를 둘러싸고 거액의 자금이 입금된 것으로 보이는 의혹에 관해 예심 판사의 지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돈이 송금된 것은 2013년 7월과 10월이며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이라는 명목이 기재됐다.

도쿄가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2013년 9월이다.

디악 전 회장은 1999∼2013년 IOC 위원을 지냈다.

그는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투표권을 보유했으며 다른 위원의 표를 모으는 과정에 일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교도통신은 돈이 입금된 무렵에 디악 전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많은 돈을 지출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직무 관련 부정행위나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검찰은 디악 전 회장이 러시아 선수의 도핑(경기 성적을 올리기 위한 약물 사용)을 묵인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작년부터 수사하다 송금 건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도쿄올림픽 유치활동을 담당하던 팀에서 디악 전 회장 아들 측에 130만 유로(약 17억2천739만원)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비록 금액에 차이가 있으나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관해 프랑스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점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의혹이 보도된 직후 유치활동이 깨끗하게 이뤄졌으며 언론 보도를 이유로 자체 조사를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프랑스 검찰의 발표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13일 기자회견에서 "관계 성청(省廳)과도 연대하면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반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신속하게 도쿄도(東京都)와 일본올림픽위원회(JOC)에 확인하는 등 사실관계 파악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은 관련 의혹을 조사하는 특명 팀을 설치하는 등 일본 정치권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도쿄올림픽 유치를 공으로 내세워 온 아베 정권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은 앞서 표절 의혹으로 인한 공식 엠블럼 선정 취소, 건설비용 증가로 인한 경기장 설계 백지화 등의 사태를 겪었다.

경기장 디자인을 재공모해 새로 선정했으나 성화대를 설치할 곳을 빠뜨려 경기장 밖에 성화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시행착오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