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탄핵 정국] "탄핵 정국 이후엔 경기부양"…웃고 있는 브라질 채권·펀드 투자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브라질 관련 재테크 상품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이 브라질의 경제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붙이면 주가가 되살아나고 최근 3~4년 사이 반토막 난 헤알화 가치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하지만 탄핵이란 재료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의 코스피지수에 해당하는 보베스파지수는 올 들어서만 20% 가까이 뛰었다. 수년간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브라질 펀드들이 일제히 수익률 상위권으로 뛰어오른 배경이다.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기대감 등이 브라질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도 오랜만에 웃음을 짓고 있다. 헤알화 가치가 연일 오르고 있어서다. 12일 외환은행이 고시한 헤알화 환율은 헤알당 337.93원이다. 290원 근처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말에 비하면 10% 이상 회복했다. 브라질 채권은 수익에 대한 세금이 없어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6조원어치 이상 팔렸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 원금이 반토막 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이슈가 끝나면 브라질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브라질이 금리를 내리면 브라질 채권값은 반대로 오르게 돼 있다. 현재 브라질 기준금리는 연 14.25%에 달한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채권값이 바닥이었던 올해 초에 이어 두 번째 매수 기회가 왔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물가안정, 경기회복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대감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 탄핵이란 재료가 이미 브라질 주가와 채권값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갈등이 이어지고 채권을 더 발행해 무리한 경기 부양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고 기준금리는 오히려 올라가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이 다시 낭패를 겪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