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분석, 트럼프 수혜 전망 추가함.>>
"'핵 없는 세상' 방안 분명히 제시 못하면 역풍 있을 수도"
보수진영 비판 이어지면서 대선서 공화당 트럼프 수혜 관측도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방문이 1945년 원자폭탄 투하에 대한 사과의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방문 자체를 사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에 방문 전후로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예상했다.

일간 USA투데이는 이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인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미·일 정상 모두에게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USA투데이는 "일본인 다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투하에 대해 명쾌하게 사과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는 여론조사가 있긴 하지만, 많은 일본인이 방문 자체를 사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제프리 호눙 미국 사사카와 평화재단 연구원도 지난달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연설하면 그의 발언이 잘못 해석되고, 정치적 논쟁을 일으키며, 과도하게 분석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미국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 미얀마, 쿠바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이 '첫 성취' 목록에 히로시마 방문을 추가한다며 방문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는 "방문 결정이 나오기까지 미 행정부 내에서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며 "히로시마 방문이 미국의 사과로 해석될 수 있고 올해 미국 대선에서 논쟁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을 철저히 피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그의 방문을 미국 대통령이 원폭으로 인한 공포와 파괴를 인정하는 중요한 제스처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플로매트는 "그런 면에서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미국과 일본 관계에 있어서는 확실히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이 사과 목적이 아니라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개인적 약속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그에 걸맞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핵무기 반대론자를 비롯해 히로시마행에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전 세계 핵무기를 극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길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역풍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핵무기 반대 단체인 피스액션의 케빈 마틴은 WP에 "오바마 대통령이 말로는 핵무기 제거를 지지하고 정부는 핵무기 개선을 위해 향후 30년간 수조 달러를 투입하기로 한다면 대통령이 진실하지 않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핵무기가 더 이상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린폴리시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연설에 핵실험 금지조약을 지지하고 미국의 핵무기를 줄이겠다는 것, 미사일 등 핵무기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이 미국 내 반대세력들의 비판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이뤄지는 역사적이면서 논쟁적인 또 다른 외교정책 행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란 핵 협상과 쿠바와의 관계 복원과 마찬가지로 히로시마 방문을 '미국 파워의 타협'이라고 보는 비판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진영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미국 대선판에서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WP는 "미국 보수층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를 미국의 자존감을 지키지 못한 굴욕적 외교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고 '오바마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김남권 기자 mihye@yna.co.kr,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