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기존 발언을 뒤엎으며 황당한 경제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나랏빚 다 갚을 필요없다"던 트럼프…4일 만에 "돈 찍어 갚겠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돈(기축통화 달러)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부채를 갚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금리가 오르고 이때 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되살 수 있다는 의미였다”며 지난 5일의 발언을 번복했다. 그는 5일 CNBC에 출연해 국가부채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미국) 경제가 어려우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가운데 일부는 갚지 않고 협상해 적게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가 자신의 발언을 나흘 만에 뒤집었다”며 “미 국채 디폴트 가능성 발언이 논란을 빚자 ‘채무상환용 화폐 발행’이라는 더 큰 논란성 발언으로 대체했다”고 보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어느 주장이든 현실이 되면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에 핵폭탄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 국채의 안전성이 흔들리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달러를 찍어 채무를 갚으면 시중 인플레이션을 단기간에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럼프의 주장은 (금융시장에) 공포 그 자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의 발언 뒤집기가 계속돼 그의 주장을 종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부자를 포함해 전 계층의 대대적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8일 부자 증세를 언급했다. 말 뒤집기 비판이 나오자 9일 다시 “부자들은 더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반대하다가 ‘어느 정도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