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 배당금에 부정적 시각도…"투자재원-배당금 균형 맞출 필요"

전 세계 상장기업들이 순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씨티 리서치에 따르면 MSCI월드 지수에 편입된 각국 상장기업의 순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지난 2년간 43%에서 51%로 높아졌다.

이는 장기 중간값인 46%를 웃도는 것이다.

JP모건에 따르면 바캡 채권 지수를 기준으로 한 글로벌 회사채의 연간 수익률은 1.7%로 사상 최저수준이다.

반면에 글로벌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이보다 높은 2.7%이며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면 3.4%로 올라간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기업들이 이처럼 배당금을 후하게 지급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취약한 시기에만 나타나는 드문 현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티 리서치의 글로벌 주식전략가인 로버트 버클랜드는 "이에 함축된 의미는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계속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고, 리스크는 순익으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사들의 경영진은 주주들의 배당금 요구, 기업의 확장과 미래 성장을 위해 수익을 재투자할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씨티 리서치는 그러나 기업들이 배당금을 축소하면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간주될 수 있어 경영진이 꺼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유가 하락으로 순익에 타격을 입었음에도 이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최근 수년간 배당주 펀드들은 인기를 끌었고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업 이익의 주주 환원을 강조했다.

지난해 도쿄 증권거래소가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조치를 취한 이후 기업들의 배당률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영국 재계지도자 단체인 IoD의 올리버 패리 기업거버넌스 부장은 그러나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주주들을 달래야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지난 2월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미국의 기업 CEO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순익에서 차지하는 배당금의 비율이 높아가는 것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는 "장기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적 틀"을 마련하는 한편 단기순익에 집착하는 투자자들은 무시할 것을 CEO들에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