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필리핀 싸잡아 비난…美中간 물밑외교전 치열

중국이 최신형 전략폭격기 훙(轟)-6K를 서태평양 상공에 파견해 비행훈련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환구망(環球網) 등 중국 언론들은 9일 중국중앙(CC)TV가 최근 프로그램을 통해 훙-6K가 제1열도선을 넘어 서태평양 상공에서 원해(遠海·원양) 훈련을 하는 장면을 방영했다고 보도하면서 캡쳐한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열도선'이란 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으로, 제1열도선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대만, 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을 지칭한다.

중국 관영 매체가 훙-6K의 훈련장면을 공개한 것은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필리핀 등을 향해 경고성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 항공모함과 첨단전투기를 잇따라 파견해 중국을 견제해 온 미국을 향해 '맞불'을 놓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 언론들은 훙-6K는 공중급유를 받으면 초음속 대함미사일 잉지(鷹擊)-12 등을 탑재하고 미국 함대와 미국의 괌 폭격기 기지까지를 타격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본토에서 3천마일(약 4천830㎞) 떨어진 거리라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의 B-52(미국 전략폭격기)'로 불리는 훙-6K가 공중급유 없이는 1천900마일을, 급유를 받으면 12t의 무기를 탑재하고도 3천100마일까지 비행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뛰어난 성능'도 부각시켰다.

중국은 필리핀의 제소로 이뤄지는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국제 재판소의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을 향한 공세의 수위도 높였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필리핀은 대화와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피해자인 척하면서 문제를 만들고 모순을 격화시키고 있다"며 "중국은 대국이라고 해서 작은 나라를 괴롭히지도 않지만 특정 국가가 잘못된 방식으로 큰 나라에 시비를 거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루 대변인은 이어 미국을 향해서는 "다른 나라에는 국제법을 준수하라면서 자신과 소위 동맹국들에는 불법적인 문을 열어놓고 필리핀의 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군도)에 대한 불법점유를 못 본 척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이 국제법을 유불리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것은 국제법의 권위와 유효성을 엄중히 침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 재판소의 판결이 약 한 달 내로 임박한 상황에서 필리핀을 두둔하며 국제법 판결을 지지하는 미국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중국간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北京)의 소식통은 9일 "미국은 재판 결과가 나오면 각국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이를 저지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위한 양측간의 경쟁이 물밑에서 굉장히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