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타결 의지와 달리 해법 없는 '교착 상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 미국의 각종 요구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내부문건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의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48쪽 분량의 문건에는 안건을 놓고 양측의 불신이 곳곳에 드러나는 등 지난주 독일 방문 때 타결 의지를 밝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다르게 협상이 전개됐다.

화장품은 물론 논의되는 공산품 범위도 매우 제한적이라 유럽 시장 접근은 계속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EU 측 참석자들의 발언도 공개됐다.

엔지니어링 분야는 미국이 협상 대상에 포함하기를 거부하면서 쟁점이 되고 있다.

그린피스가 가디언지에 공개한 보고서 내용은 EU 집행위원회가 유럽의회 조사에 대비해 별도 설명할 목적으로 작성한 보고서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요르고 리스 그린피스 EU 담당자는 "EU의 환경보호, 보건 관련 규제를 TTIP로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보여주고 있다"며 "환경, 소비자 보호, 공중 보건 기준이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EU가 산업 분야 규제를 도입할 때 사전 고지할 의무와 미국 기업들이 EU 법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전자재조합 식품이 미국의 요구로 EU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가디언은 "EU가 아직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그런 요구에 반대도 없었고 상응하는 요구조차 없었다"며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보고서에서는 EU가 고수해온 사전예방원칙도 다뤄지지 않았다.

사전예방원칙은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더라도 식품이 논란이 되면 사전 경고,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과학적 근거가 확실할 때만 규제하는 미국의 예방 원칙보다 한 단계 더 강화된 원칙이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집행위원은 지난 1월 사전예방원칙을 TTIP 뿐 아니라 모든 협상에서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 독일 NDR 방송 등도 그린피스가 제공한 문건을 인용해 EU가 미국의 농산품 수입을 늘리지 않으면 유럽 자동차의 미국 수출장벽을 완화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EU와 미국은 2013년 7월 TTIP 1라운드를 시작으로 지난주 뉴욕에서 13차 라운드까지 실무 협상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까지 협상을 마치는 게 목표지만 EU 내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하루 앞둔 지난달 23일 하노버에서는 3만여 명이 모여 미국과 EU의 TTIP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린피스는 2일 오전 보고서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