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저 스쿨 첫 수료자, 전투보병 보직 전출 승인
최종 목표는 특수부대 '그린베레' 근무

지난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군사 훈련 과정의 하나인 미국 육군 레인저 스쿨(Ranger School)을 수료한 미 여군 장교가 또 다른 기록을 갖게 됐다.

실전에 투입되는 전투 보병 보직으로 맡은 첫 여군 장교가 됐기 때문이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육군 대변인의 말을 빌려 지난해 8월 레인저 스쿨을 수료한 크리스틴 그리스트(27) 대위가 신청한 보병 보직 전출을 승인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헌병 보직인 그리스트 대위는 보병과 기갑부대 일선 중대장으로 근무할 대위들을 대상으로 사전 기초 교육을 담당하는 조지아주 포트 베닝의 보병학교 부설 고군반(MCRC)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 중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리스트 대위는 아프가니스탄 근무 경험이 있으며, 전투 보직을 여군에게 개방하는 것이 안전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지난해 4월 18명의 동료 여군과 함께 레인저 스쿨에 자원했다.

'3수' 끝에 61일 간의 레인저 과정을 수료한 그는 지난 60년간 존재했던 '금녀의 성'(城)을 허문 첫 여성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뒤이어 아파치 헬기 조종사인 사예 하버 중위(26)와 두 자녀의 엄마인 예비역 육군 소령 리사 재스터(38)도 레인저 휘장을 달게 됐다.

이에 자극받은 육군은 지난해 9월 레인저 스쿨을 여군에게 전면 개방했지만, 세 사람을 제외하고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료한 여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트 대위의 전출은 보병 장교 보직도 성차별 없이 "지휘관 자질 우선"(leaders first) 원칙에 따라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보병 장교 보직은 여군이 넘볼 수 없는 '남성 전유물'로 존재해왔다.

지난달 육군 측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에게 제출한 '혼성 통합 계획'을 보면 보병이나 기갑 같은 전투부대가 여군 장교들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여군 부사관이나 사병들의 전출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수뇌부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육군은 이달 초 육사, 학군단(ROTC), 간부후보생(OCS) 등 임관하는 여군 21명의 보병과 기갑부대 전출을 승인했다.

그리스트 대위는 지난해 레인저 스쿨 수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궁극적인 희망은 특전단(그린베레) 근무라고 밝혔다.

특전단과 제75 레인저 연대는 육군 특수전사령부(USASOC)의 핵심을 이루는 특수부대로 여군에게 입대 문호가 개방됐지만, 아직 입대에 성공한 여군은 없다.

그린베레나 제75 레인저 연대 장교는 보병이나 기갑 등 정규전 수행 부대에서 근무한 후 자격 관문을 통과해 전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군 장교 가운데 이들 특수부대 근무자가 나오려면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