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림으로써 이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세금과 프라이버시, 공정경쟁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행정당국들과 여러 차례 다툼을 벌인바 있지만 안드로이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일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수십억 대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스마트홈 기기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하는데 막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EU는 구글이 검색 엔진 부문에서 유럽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 자사의 광고 링크와 서비스를 교묘하게 우수 검색결과로 보여줬다는 혐의를 잡고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성숙단계에 있는 구글의 사업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새로 논란이 된 안드로이드는 미래 성장의 주요 원천이라는 게 두 사안이 갖는 큰 차이점이다.

모네스 크레스피 하트의 제임스 캑맥 애널리스트는 "안드로이드는 사실상 전 세계의 비(非)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접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잠재적으로 이를 위협하는 것이라면 위험하다"고 논평했다.

EU 측이 공격한 지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구글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 제조사와 통신사업자들에게 구글 서치와 크롬 웹 브라우저 등을 사전에 설치토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또 이들 협력사에 다른 구글 서치 외의 다른 검색 엔진을 설치하지 않도록 금전적 인센티브도 제공했다는 것이 EU 측의 주장이다.

구글은 이런 전략을 통해 소비자가 안드로이드 기반의 휴대전화를 구매하면 구글 서치와 크롬 웹 브라우저는 물론 맵스, 유튜브, 구글 플레이, 지메일 등 7개 서비스에 바로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EU 측은 구글이 일종의 '모 아니면 도' 형태의 계약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대신,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전에 설치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독점 혐의가 확정돼 구글이 벌금을 물거나 시정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마무리될 때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안 자체는 구글이 유럽에서 직면한 법적, 행정적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마크 마하니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유럽 측의 반독점 조사가 구글의 사업 관행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샌퍼드 C. 번스타인의 카를로스 키르너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가 모바일 분야에서 구글의 입지를 장기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글이 EU의 주문대로 협력사와의 계약을 수정한다면 경쟁사들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파고들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윈도 기반 PC 분야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EU의 반독점 조사를 받은 바 있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경쟁사들의 웹 브라우저를 화면에 나열하고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정조치를 취했다.

시정조치가 시작된 2010년 2월부터 2014년 12월 사이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유럽 점유율은 46%에서 17%로 떨어졌고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는 점유율을 7%에서 47%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만일 크롬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의 번들에서 제외되고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다른 웹 브라우저를 사전에 설치한다면 구글의 모바일 검색엔진을 지탱하는 큰 기둥이 잘려나가는 셈이다.

크롬의 디폴트 검색 엔진은 구글 서치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크롬의 내비게이션 바에 단어나 구절을 입력한다는 것은 자동으로 구글 서치에 검색을 요청하는 것과 같다.

크롬이 번들에서 제외되면 구글은 타사의 웹 브라우저에도 자사의 구글 서치가 디폴트 검색엔진으로 설정되도록 하기 위해 제조사와 협력사들에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조사들이 구글 플레이 대신에 자체 앱스토어를 설치하게 된다면 구글이 앱 판매를 통해 거두는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

구글 플레이의 매출 성장을 뒷받침하는 10개 국가 중 4개국은 유럽 국가들이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벤 에델만 조교수는 구글이 취할 수 있는 대책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도 선택권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검색 엔진과 지도 앱, 브라우저, 위치정보 서비스 등에서 5개를 나열하고 사용자들이 택일하도록 요구하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에델만 교수는 이렇게 하면 구글과 경쟁하는 앱 제작사들이 적절한 비용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확실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구글이 부당하게 차단했던 경쟁을 회복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걷던 길을 밟은 것이야말로 애널리스트들이 각별히 경계하는 일이다.

액시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빅터 앤서니 애널리스트는 구글에 있어 가장 큰 우려는 경쟁의 확대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