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의 도시인 텍사스 주 휴스턴에 밤사이 '물 폭탄'이 쏟아져 최소 4명이 사망하는 등 도시 주변 일대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일간지 휴스턴 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휴스턴과 해리스 카운티 일대에 18일 자정부터 시간당 50∼100㎜의 강수량을 비롯해 강풍과 함께 최대 508㎜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탓에 도시가 물에 잠겼다.

엄청난 폭우로 최소 4명이 숨졌다.

2명은 당국이 설치한 방어벽을 무시하고 도로에 진입했다가 물에 휩쓸려 참변을 당했고,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도 트럭에 있다가 불어난 물에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고 재난당국은 밝혔다.

구체적인 인명·재산 피해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가옥 1천 채가 침수됐고, 휴스턴과 인근 도시를 잇는 버스와 철도 서비스는 끊겼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이번 폭우는 전례 없던 일로 생명을 위협하는 긴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전으로 12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고, 해리스 카운티의 둑 22개 중 13개가 범람해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18일에도 최대 250㎜ 이상 쏟아진 비로 전력이 끊기면서 4만 가구 이상이 어둠 속에서 날을 지새우게 됐다.

에드 에밋 해리스 카운티 판사는 카운티에 긴급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연방 정부에 피해 복구 기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불어난 물에 고립된 아파트 주민 100명 등 1천200명 이상이 보트 등으로 응급구조대에 구출돼 적십자사가 연 이재민 수용소로 급히 터전을 옮겼다.

휴스턴 시와 해리스 카운티 정부는 범람한 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민들에게 될 수 있으면 도로에서 멀리 떨어지고 집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부시 국제공항과 하비 공항은 홍수로 물이 넘쳐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자 이날 오전 각각 337편, 139편에 달하는 여객기 운항을 전면 취소했다.

해리스 카운티 산하 교육청과 대학도 임시 휴교령을 내리고 학교 문을 닫았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주 내 9개 카운티에 긴급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피해 복구 인력을 급파했다.

재산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연방 정부 차원에서 따로 해당 지역에 재난 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애벗 주지사는 또 미국 국세청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세금 보고 기한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언론은 많은 휴스턴 시민들이 이번 최악의 폭우와 지난 2001년 도시를 할퀸 열대 폭풍 앨리슨을 비교한다고 소개했다.

허리케인 시즌인 2001년 7월 발발한 앨리슨은 휴스턴을 비롯한 텍사스 주 일대에 총 1천㎜의 물 폭탄을 투하했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휴스턴에선 가옥 2천700 채가 파손되고 7만 채가 물에 잠겼다.

3만 명의 노숙자가 발생했으며 텍사스 주에서만 홍수 등으로 23명이 사망했다.

텍사스 주를 할퀸 앨리슨은 동남쪽 루이지애나를 거쳐 펜실베이니아 주 남쪽까지 북상했고, 총 사망자 41명과 당시 환율로 90억 달러(약 10조 3천억 원)라는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CNN 방송의 기상학자인 션 모리스는 미국 서쪽에서 불어온 저기압 구름대가 휴스턴 지역에 며칠간 정체하면서 인근 멕시코 만에서 날아온 습기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한 것으로 분석했다.

19일까지 이어질 이번 폭우는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세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번 폭우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있는 샌안토니오, 댈러스, 포트워스 등 나머지 텍사스 주 주요 도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