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과 트리그브 할브란 리(Trygve Halvdan Lie) 제1대 사무총장.  
사진=유엔 웹사이트.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과 트리그브 할브란 리(Trygve Halvdan Lie) 제1대 사무총장. 사진=유엔 웹사이트.
이번 주부터 유엔(UN)은 제9대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공개 절차에 들어간다. 8명의 후보들은 오는 12~14일 193개 유엔 회원국과 세계 시민사회단체를 상대로 자신을 소개하고 정견을 발표한다.

유엔은 9일 웹사이트를 통해 사무총장 선출의 투명화를 위해 창설 70년 만에 처음으로 도입된 공개 유세 취지와 방식을 소개했다. 이들 후보는 해당 회원국 정부가 후보로 확정,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추천한 인사들이다. 남성과 여성 각각 4명씩이다. 이 중 유엔 고위직을 거친 인물은 5명이다.

헬렌 클라크 전 총리(뉴질랜드), 베스나 푸시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크로아티아), 스르잔 케림 전 유엔총회 의장(마케도니아), 이고르 루크시치 외교부장관(몬테네그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불가리아), 나탈리아 게르만 부총리(몰도바), 다닐로 튀르크 전 대통령(슬로베니아),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포르투갈)가 이름을 올렸다.

처음 시도하는 공개 유세에 대해 유엔 측은 '후보들과의 격의없는 대화(Informal dialogues)'라고 이름을 붙였다. 공개 유세는 12일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하루 2시간씩 열린다. 하루 최대 3명의 유세가 가능하다.

각 후보는 자신의 출마 동기, 유엔의 발전과 비전에 대한 구상 등을 발표한 뒤 2∼3분에 걸쳐 회원국 대표들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정해진 시간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질문권이 시민사회단체로 넘어간다.

유세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먼저 도착하는 후보가 먼저 말하면 된다. 이런 과정은 TV와 웹캐스트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유엔 사무총장은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이 논의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유엔 총회에서 승인받는 형태여서 '밀실 천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번에도 이런 틀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공개 유세를 통해 특정 후보가 대세를 형성하거나 다수의 회원국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흐름이 생기면 안보리가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는 지금까지 '지역 안배' 관행이 작용했다. 한 번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한 동유럽에서 이번에 6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엔 안팎에서는 동유럽 출신 후보가 러시아와 가까운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여성 후보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8명의 사무총장은 모두 남성이다. 이번에 도전하는 후보 중에서는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와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유력 여성후보로 거론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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