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크루즈 뒷심 발휘…공화 68년ㆍ민주 64년만에 개최 여부 촉각

선두주자들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날 것 같던 미국 대통령 경선전이 중반전 이후 '2등의 반란'이 거듭되면서 공화당에 이어 민주당도 중재 전당대회에서 최종 승부가 가려질 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ABC뉴스에 따르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는 민주당의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캠프는 중재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샌더스 캠프의 선거전략가인 제프 위버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의원 과반을 얻지 못한다면 샌더스가 "100% 확실히"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클린턴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위버는 "어떤 후보도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대의원 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점쳤다.

클린턴 전 장관이 전당대회 없이 후보가 되려면 남은 대의원(1천741명)의 63%를 가져가야 한다.

샌더스(78%)보다는 유리하지만 클린턴이 최근 경선에서 샌더스에 연패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클린턴이 현재까지 확보한 대의원 수는 1천280명으로 샌더스(1천30명)보다 250명 많다.

대선 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 수는 2천383명이다.

슈퍼 대의원의 지지도 면에서 클린턴이 샌더스를 압도하고 있어 중재 전대가 열리더라도 클린턴의 우위가 예상된다.

슈퍼 대의원은 프라이머리(예비투표)나 코커스(당원대회)의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자유의사에 따라 표를 던질 수 있는 주지사, 상원의원, 전직 대통령 등 당내 거물급 인사를 말한다.

반면 샌더스 측은 최근 연전연승을 거둔 분위기를 볼 때 전당대회의 승리를 자신한다.

샌더스는 최근 치러진 위스콘신까지 6개 주 경선에서 연속 승리했다.

나머지 경선에서도 승리를 이어가면 클린턴을 지지한 슈퍼 대의원이 변심할 수 있다는 데 샌더스 캠프는 기대를 걸고 있다.

위버는 슈퍼 대의원이 "전당대회에 도착하기 전까지 (지지 후보를) 약속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11월에 있을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샌더스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클린턴 캠프는 전당대회 전에 클린턴이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이라며 전당대회까지 몰고 가려는 샌더스의 전략이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클린턴 캠프의 선거전략가 로비 무크는 "펜실베이니아와 뉴욕, 캘리포니아 등 대의원 수가 많은 경선지가 남아 있다"며 "샌더스 캠프는 어떻게 승리해 대의원을 가져갈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에선 중재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공화당에선 지도부가 막말과 기행을 이어간 도널드 트럼프를 반대하면서 중재 전당대회 가능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공화당 경선의 선두주자 트럼프는 전당대회 가능성에 일축 모드로 일관했지만 최근 들어 변화가 감지됐다.

위스콘신 주 경선에서 트럼프가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 패하면서 본선 자력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는 최근 중재 전당대회 가능성에 대비해 인사 영입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공화당 주류 진영은 현재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신 크루즈 의원이나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같은 제3의 인물을 추대할 구상을 하고 있다.

지역 경선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도 후보자가 가려지지 않았을 때 중재 전당대회가 열린다.

현장에서 대의원 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1948년과 1952년에 마지막 중재 전당대회를 열었다.

올해 양당에서 중재 전당대회가 열리면 각각 68년(공화당), 64년(민주당) 만의 전당대회가 되는 셈이다.

1948년 공화당 중재 전당대회에선 토머스 듀이 뉴욕주지사가 3차 투표 끝에 후보로 선출됐다.

195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일리노이 주지사였던 애들레이 스티븐슨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의 지지에 힘입어 최종 후보가 됐다.

1924년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민주당의 중재 전당대회는 가장 '막장 대회'로 꼽힌다.

당시 앨프레드 스미스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이 지지하는 윌리엄 매커두가 붙었는데 KKK와 금주법에 대한 견해차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무려 16일간 이어진 전당대회 기간 주먹 다툼이 수없이 발생했고 싸움을 말리기 위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