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뉴욕서 1만명 집회…힐러리, 샌더스 '월가개혁' 맹점 공격

미국 위스콘신 주(州)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가 서둘러 '뉴욕 공략'에 나섰다.

위스콘신에서의 패배로 대세론에 제동이 걸리면서 오는 19일 뉴욕 프라이머리 승리가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뉴욕은 민주·공화당 대의원 각 291명, 95명이 걸린 승부처인 데다가 트럼프에게는 고향이자 사업의 터전, 클린턴에게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지역구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적 기반으로서 양보할 수 없는 '텃밭'이기도 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중간 승부처인 위스콘신에서 참패한 트럼프가 느끼는 압박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는 위스콘신에서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득표율 두 자릿수 격차로 패배했다.

자력으로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트럼프는 이날 저녁 뉴욕 주 남부 롱아일랜드의 베스페이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1만여 명이 참가하는 이 집회는 트럼프의 뉴욕 공략 신호탄으로 분석됐다.

공화당의 지역 정치인들 가운데 트럼프를 후원하는 인사들의 지지 선언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당내에서 확산되는 '반(反)트럼프 정서'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위스콘신 패배 후 처음으로 한 이날 유세에서 "크루즈가 올해 토론회에서 경멸과 증오를 담은 표정으로 '뉴욕의 가치'를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1년 9·11테러의 악영향 속에서 경찰과 건설 노동자들이 보여준 영웅적인 모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크루즈 의원은 지난 1월 공화당 경선후보 TV토론회에서 뉴욕 주민인 트럼프가 민주당에 친화적인 '뉴욕의 가치'에 길든 까닭에 보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몬마우스 대학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뉴욕 주 경선 참가 예상자들 사이에서 52%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선두를 재확인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25%, 크루즈가 1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트럼프의 유세 때는 지지, 반대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곤 했으나 이날 유세 때 기마 경찰을 제외하곤 특별히 만일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병력은 배치되지 않았다.

롱아일랜드 트럼프 반대자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우리 주에 증오를 가져오지 말라"는 푯말 사진이 걸렸다.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26일 경선을 앞둔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유세를 벌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1990년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룬 진보를 공화당이 모두 해쳤다며 공화당은 정권을 탈환하려고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체성에 반하는 편견, 편집증을 불러일으킬 의도를 지니고 있다"며 본선에서 맞붙을 수 있는 경쟁자인 트럼프를 공격하기도 했다.

현재 클린턴의 대세론은 경쟁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아이다호와 유타, 알래스카, 하와이, 워싱턴 주에 이어 위스콘신까지 최근 치러진 6개 주 경선에서 연승하면서 잠시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대의원 확보 수에서 크게 앞선 클린턴을 샌더스가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런데도 클린턴은 지난달 30일 뉴욕 맨해튼 할렘을 방문한 데 이어 5일에도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세하는 등 뉴욕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샌더스는 이날 뉴욕데일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 심장부인 월스트리트 개혁을 주장했으나, 클린턴은 "아직 대통령 될 준비가 안 된 후보"라고 일축했다.

클린턴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샌더스에 대해 "아직 숙제를 안 한 것 같다.

제대로 공부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1년 이상이나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