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힐러리? 누가 되든 한·미동맹 흔들림 없을 것"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주의계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75·사진)은 “한·미 동맹은 한 번의 선거 결과로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바위와 같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안보 무임승차론’ ‘주한미군 철수 검토’ 등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논쟁적 발언을 잇따라 한 데 대한 반박이다.

"트럼프? 힐러리? 누가 되든 한·미동맹 흔들림 없을 것"
퓰너 회장은 최근 워싱턴DC 헤리티지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누가 들어가든, 청와대에 누가 있든 한·미 동맹은 쉽게 바뀌지 않는 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든 누구든 선거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낼 수 있으나 집권 뒤엔 한국의 중요성을 깨닫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기념일 참석 뒤 한·미 조야에서 한국 외교의 ‘대중 경사론(傾斜論)’이 제기됐으나 한·미 양국 지도자들이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중국이 반대하는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을 결정하게 된 것도 그런 사례로 들었다.

퓰너 회장은 미국 대선 동향과 관련해 트럼프와 민주당 경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본선 대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은 건강과 이메일 보안, 클린턴 재단 운영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 경우 대선 본선이 트럼프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간 대결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퓰너 회장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최대 동맹국인 미국 중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 있다”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을 넘어서는 시장을 보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중국의 역할과 관련,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국 정부뿐 아니라 재계, 시민단체, 학계 등 민간부문 인사들이 함께 나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퓰너 회장은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며, 통일 후 중국과의 국경 지역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양국의 발전과 지역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퓰너 회장은 “한국인은 종종 자신들이 중국을 설득할 힘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이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화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갖고 있으며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 세계기구 지도자를 배출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퓰너 회장은 “한국은 이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중국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통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0여년 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다지만 결과는 북한이 네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며 12개 이상의 핵폭탄을 보유하게 됐고, 장거리 미사일 기술까지 확보해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퓰너 회장은 지난달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결의안 2270호에 대해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 결의”라고 평가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이를 시행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 행정부가 그런 의지가 있다면 후속 조치를 통해 북핵 개발을 돕는 중국이나 마카오 은행까지 제재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며 “한국은 경제·정치·안보적으로 성공을 이뤄왔고 지금 당장은 약간의 혼돈 속에 있지만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며 상황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에드윈 퓰너 前 이사장은 …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1973년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하고 36년간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재단을 미국 보수계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키운 주인공이다. 미국 의회에서 정책 연구를 하다가 동료인 폴 웨이리치(초대 이사장) 등 8명과 맥주회사 쿠어스로부터 25만달러의 지원금을 받아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지난해 말 현재 연구원 270여명, 연간 예산 8000만달러(약 960억원) 규모로 커졌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9년 그를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영향력 있는 보수계 인사로 꼽았다. 지금도 미 언론들은 그를 ‘보수계의 대부’로 인용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1년에 두세 차례는 꼭 한국에 들러 정계·재계·학계 주요 인사들과 교류하는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외교·안보·경제에 관한 칼럼을 각종 언론매체와 센터 블로그에 쓰고 있다.

△1941년 미국 시카고 출생 △레지스대 영문학과 졸업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영국 에든버러대 경제학 박사 △전략연구센터(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전신) 연구원 △미국 의회 정책보좌관 △1973년 헤리티지재단 설립 △1977년 재단 이사장 취임 △2013년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취임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