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늘어나면서 배드 뱅크(Bad Bank·부실채권 정리은행) 자산 규모가 단기간에 5배로 늘어났다.

화룽(華融)자산관리공사와 신다(信達), 창성(長城), 중궈둥방(中國東方) 등 중국 대형 배드 뱅크 4곳의 총자산은 2011년 3천450억 위안(약 61조원)에서 2014년 1조7천300억 위안으로 5배로 뛰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은행이 최근 철강·석탄 산업과 부동산 등에서 발생한 부실 채권을 흡수하면서 자산 규모를 불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배드 뱅크가 국영 은행에 비공식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중국의 무수익여신(NPL) 비중이 1.67%에 그치는 것도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해 부실 대출을 감추거나 부실 채권을 배드 뱅크에 팔아치우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복수의 배드 뱅크가 정부의 지시로 3조5천억 위안을 들여 부실 채권을 액면가 그대로 사들인 전례가 있다.

이 덕분에 은행들은 손실을 피할 수 있었고 배드 뱅크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았다.

2014년에는 화룽자산관리공사가 중국공상은행이 판매한 고수익 신탁상품 '크레딧 이퀄즈 골드 넘버1'의 채무 불이행 위기에도 개입했다.

당시 공상은행은 연간 수익률 10% 보장을 조건으로 30억 위안 상당의 신탁 상품을 판매했지만, 만기를 앞두고 채무 이행이 어렵다는 예측이 팽배해졌다.

자칫 채무 불이행으로 중국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화룽이 액면가보다 약간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모두 사들였다.

FT는 화룽이 '백기사' 역할을 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배드 뱅크 들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라이샤오민(賴小民) 화룽 회장은 "예전에는 정부가 쌀을 주고 우리가 밥을 지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냄비에 담을 쌀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라이 회장은 "이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시장 중심"이라면서 "펀딩부터 자산 가격 협상까지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