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20개 회원국 연금 재원 부족액이 78조달러(약 9경1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CNBC방송은 씨티은행의 연금보고서를 인용해 “은퇴 이후 크루즈 여행을 가고 해변에서 노년을 보내겠다는 꿈은 말 그대로 ‘한낱 꿈’에 불과할 수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씨티은행의 ‘다가오는 연금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 OECD 소속 20개국(한국 제외)은 연금으로 줘야 할 자금 가운데 78조달러가량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 재원 부족액을 더하면 선진국의 국가채무는 공식발표액(44조달러)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연금 재원이 크게 부족해진 원인은 은퇴 인구가 증가하고 의료기술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연금을 납부하는 노동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서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연금 재원 부족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00%를 넘어섰다. 민간연금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민간연금 저축 26조달러 가운데 55%를 차지하는 미국도 약 4250억달러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씨티은행은 “연금액을 줄이지 못하면 공공연금뿐만 아니라 민간연금도 계획대로 지급할 수 없다”며 “노동자와 사용자, 정책 결정자 모두 큰 과제를 앞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일단은 은퇴 연령을 늦추는 것이 급선무”라며 “재원 절약을 위해 공공연금이 사회안전망 기능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