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개각, 경제정책 수정 전망…금융시장 일시 동요 후 진정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여 수석장관을 맡기로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호세프 대통령을 만나 수석장관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룰라는 2010년 말 대통령 퇴임 이후 5년여 만에 정치무대에 공식으로 복귀했다.

집권 노동자당(PT)의 후이 파우카웅 대표는 룰라를 '희망의 장관'으로 표현하면서 수석장관 취임식이 오는 22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수석장관은 브라질 정부조직법상 행정부처를 총괄한다.

정무장관과 함께 국정의 투톱을 이뤄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과 정부-의회 관계 중재, 정부-시민·사회단체 간 통로 역할 등을 수행한다.

룰라가 수석장관을 맡은 것은 탄핵 위기에 몰린 호세프 대통령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자신을 둘러싼 사법 당국의 부패 수사를 비켜가겠다는 포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자당의 아폰소 플로렌시 연방하원 원내대표는 "룰라의 수석장관 임명은 브라질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연방정부 각료는 주 검찰의 수사나 지역 연방법원 판사의 재판으로부터 면책되고 연방검찰의 수사와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주관하는 재판만 받는 특권을 누린다.

룰라는 남부 파라나 주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의 지시에 따라 최근 부패 혐의로 연방경찰에 강제구인돼 조사를 받았다.

이어 상파울루 주 검찰은 법원에 룰라에 대한 예방적 구금을 요청한 바 있다.

룰라는 수석장관 취임과 함께 그동안 연립정권 참여 정당과 재계의 불만을 사온 주요 부처 각료를 교체하고 경제정책을 전면 수정하면서 정국 주도권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룰라는 호세프 대통령의 각료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연립정권 참여 정당 간 정책 협의와 경제정책 운용에 관해 폭넓은 자율권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경제팀을 포함해 주요 부처 장관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책도 과거 자신의 집권 시절(2002∼2010년) 때처럼 성장률 제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정당 고위 관계자는 "이제부터 룰라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된 것"이라면서 호세프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룰라는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의 중심축을 이루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민주운동당은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과 헤난 칼례이루스 연방상원의장, 애두아르두 쿠냐 연방하원의장이 속한 정당이다.

칼례이루스 상원의장은 "룰라가 수석장관을 맡으면 정부와 의회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룰라가 수석장관을 맡는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은 일시적으로 동요했으나 곧바로 진정됐다.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장중 한때 2% 가까이 떨어졌으나, 회복세를 거듭한 끝에 0.63% 오른 달러당 3.737헤알로 거래를 마쳤다.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1% 넘게 떨어졌다가 이후에는 오름세를 계속해 1.34% 상승한 47,763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