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왼쪽)가 15일*(현지시간)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 6곳 중 5곳에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오른쪽)은 환하게 웃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왼쪽)가 15일*(현지시간)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 6곳 중 5곳에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오른쪽)은 환하게 웃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결정 과정이 1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 결과로 더욱 복잡해졌다. 누구도 오는 7월 말 전당대회 전까지 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장에서 자유 투표로 후보를 뽑는 ‘경쟁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트럼프, 261명 대의원 추가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6곳의 경선지 중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미주리, 노던마리아나 등 5곳에서 승리했다. 이날만 261명의 대의원을 추가해 확보한 지지 대의원 수가 총 621명으로 늘었다. 2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의 차이도 200명 이상으로 늘렸다. 승자독식 방식으로 치러진 플로리다주 경선에선 47.8%의 득표율로 현역 지역구 상원의원인 마코 루비오(27.0%)를 누르고 99명의 대의원을 차지했다. 루비오 의원은 패배가 결정되자 바로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날 5곳에서 승리했지만 내용에서는 뼈아픈 대목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선 핵심 승부처인 오하이오주에서 존 케이식 오하이오주지사에게 역전을 허용해 66명의 대의원을 놓쳤다. 승자독식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지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에서 모두 이겨 경선 승리에 쐐기를 박으려던 트럼프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선 승리를 위해선 1237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오하이오주에서 66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면, 남은 경선지역에서의 지지율을 감안했을 때 과반 확보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지지율이 1위였다가 역전된 지역도 나오기 시작했다. 오하이오에선 막판에 역전을 허용했고, 미주리주에서도 2위인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불과 1726표 차(0.2%포인트)로 간신히 이겼다. 두 지역 모두 경선 1주일 전만 해도 10~20%포인트 앞서던 곳이다. 남은 경선 지역에서 지지율이 흔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상승세가 유세장 폭력사태 이후 제동이 걸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화당 경선 경쟁자들과 언론매체들은 지난 9일 이후 트럼프 유세장에서 폭력사태가 잇따르자 트럼프의 증오와 폭력을 유발하는 선동적 유세가 원인이라고 집중 공격했다.

◆경쟁전당대회로 갈까 관심

워싱턴포스트(WP)는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 결과로 어떤 후보도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실히 지명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공화당이 급속히 경쟁전당대회 모드로 굴러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당초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가 6월7일 마지막 경선전에서 과반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비오 의원의 사퇴로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 케이식 주지사 3자 구도로 압축됐다. WP는 케이식 주지사의 오하이오주 승리에 주목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원을 받는 케이식과 트럼프 표를 잠식해가고 있는 크루즈가 전당대회 전까지 완주한다면 트럼프의 대의원 과반 확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CNN은 당 주류가 트럼프의 질주를 막을 효과적인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