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알아사드 대통령과 합의…공군기지는 유지키로
오바마-푸틴 통화 "러시아군 일부 철수와 시리아사태 평화적 해결 논의"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돌연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군의 철수를 결정했다.

크렘린 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1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에 러시아군을 투입한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15일부터 시리아에 있는 주요 병력을 철수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 궁에서 국방부 장관, 외무부 장관과 회의를 한 뒤 철수하기로 했다.

또한,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하는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통보했고 서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의 공군 기지는 휴전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하기 위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 병력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이번 철수 결정 이후 시리아에 남는 병력의 규모와 상세한 철수 시기와 관련해서도 크렘린 궁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부터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시리아에서 공습을 개시했으며, 50대 넘는 전투기를 보내 수천 건 폭격을 수행했다.

러시아는 공습 목표가 테러집단이라고 주장했으나, 서방은 러시아군이 온건 반군들을 폭격함으로써 알아사드 정권을 돕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가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을 강력히 받쳐주면서 시리아 사태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러시아가 철군을 결정한 것은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을 제압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이번 결정이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에 주력하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외교력을 발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단 미국은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회담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어떤 변화의 동력이 될지 나로서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정부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HNC)의 살렘 알메슬레트 대변인도 "이런 결정과 그 의미의 성격을 확인해야 한다"며 "러시아 철군 결정은 긍정적이지만, 병력 철수인지 단순히 전투기 숫자만 줄이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군의 부분 철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 "두 정상이 오늘 있었던 러시아군의 시리아 부분 철수 발표와 적대행위 중단의 전면적 이행에 필요한 다음 조치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크렘린 역시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시리아 분쟁의 정치적 해결 과정의 강화를 촉구했으며, 시리아 정부와 반군 간에 제네바에서 시작된 유엔 협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시리아에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회담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됐다.

시리아 내전은 5년간 이어지며 27만명 넘는 사망자를 냈고 수백만 명의 난민을 양산했다.

하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회담 당사자들의 입장 차이가 커 협상이 잘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국제사회와 시리아 정부, 주요 반군은 회담을 앞두고 휴전에 합의해 지난달 27일부터 대체로 이를 이행했다.

이 휴전에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시리아지부인 알누스라전선 등 테러단체들은 제외됐다.

(모스크바 AFP·AP=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