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영업연장 허용' 정부 발의안에 여야초월 "골목상권·가정생활 보호"
한국은 지난해 대법원서 '지자체의 마트 영업시간 제한은 정당' 판결

영국 내 마트 등 대형 상점의 일요일 영업시간 연장을 허용해주자는 정부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됐다고 9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영국 하원은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발의한 대형 상점의 일요일 영업시간 연장 허용 법안을 이날 표결에 부쳐 반대 317표에 찬성 286표로 부결시켰다.

제1야당 노동당의 반대에다 집권 보수당에서도 상당수 의원이 동참해 '반란표'를 던졌으며, 제2야당인 스코틀랜드 독립당(SNP)도 막판에 가세했다.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의원 가운데 30명 안팎이 법안에 반대한 것으로 추산되며, 20명가량은 기권하는 등 캐머런 총리의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예상보다 많은 표 차이로 법안이 부결되자 소속 정당을 초월해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이 환호하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일요일 영업법안'으로 불린 이 법안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내놓은 것으로 잉글랜드·웨일스 내의 대형 상점들에 필요한 경우 일요일 연장 영업을 허가해 주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법상 잉글랜드·웨일스에 있는 슈퍼마켓이나 할인매장 등 대형 상점들은 일요일에 6시간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다.

문을 여는 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로 제한된다.

이에 비해 넓이 3천 제곱피트(약 279㎡) 미만의 상점은 이런 일요일 영업시간 제한에서 자유롭다.

영국 정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기간 이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었다가 매출 증대 효과를 본 뒤 아예 법제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노동당 등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일요일 영업 법안'이 골목 소형 상점과 가정생활에 해를 끼친다는 반대 의견이 높아졌다.

이에 캐머런 정부는 법안이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의원들을 설득하고, 지역 의회에 일요일 영업 연장 결정권을 주자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통과를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실패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법안 부결이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논란 등으로 삐걱거리는 캐머런 정부에 또 다른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골목상권의 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국내 대형마트 6개사가 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해당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와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 등 해당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중대하고, 영업시간 규제가 제한적으로 이뤄져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