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때리기'로 미시간 역전 이어 15일 오하이오·일리노이서 승부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9일(현지시간) 격전지인 미시간 주를 품에 안으면서 '러스트 벨트'(Rust Belt) 민심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러스트 벨트'는 한때 호황을 구가했지만, 지금은 쇄락한 미 북부와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를 일컫는다.

147명의 대의원이 걸렸던 미시간 주를 비롯해 최대 승부처로 남은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의 오하이오, 일리노이 주와 4월5일 위스콘신 주 등이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미시간 주에서 샌더스 의원은 최근 일주일간 여론조사 평균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1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포인트 역전한 결과가 나왔다.

백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강력한 경제개혁 메시지가 주효한데다가,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 기반인 흑인들의 표심까지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국무장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골드 스탠더드"라며 지지했던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반발 표심이 더해지면서 샌더스 의원의 역전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실제 CNN 출구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TPP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답했으며, 이들 계층에서 샌더스 의원의 득표율이 20%포인트 이상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P통신은 "미시간 주에서 샌더스의 승리는 TPP가 미국인 노동자에게 '재앙'이라고 선전한 결과"라며 "15일 중서부 공업지대인 오하이오, 일리노이 주 경선을 앞두고 그가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샌더스 의원의 미시간 주 역전은 이 지역 제조업을 강타했던 재앙적인 TPP를 가차없이 반대한 것이 주효했다"며 "그는 다음 주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미주리 등지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파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샌더스 의원이 2009년 자동차 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쏟아붓는 프로그램에 반대한 점을 클린턴 전 장관이 파고들고 있어 '러스트 벨트' 선거가 반드시 그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이에 샌더스 의원은 "구제금융안이 월가를 살리는 패키지의 일부분이어서 반대한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왔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