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염황 자손, 남중국해 지켜야"…"국력 상응하는 발언권 필요"

중국의 고위 외교당국자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공개적으로 '양면적 인간'에 비유하며 과거사 문제와 적대적 대중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행사를 계기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역사 문제에 대한 잘못된 방법 때문에 근년 들어 중일 관계가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들어 양국관계에 개선 조짐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다며 "이는 일본 정부와 지도자가 한쪽에선 부단히 중일 관계 개선을 외치면서 또 다른 한쪽에서 끊임없이 중국을 성가시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전형적인 '양면적 인간'(雙面人)의 방법"에 비유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병을 치료하려면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고 소개한 뒤 "중일 관계에서 병의 근원은 일본 당국자의 대중인식에서 나온다"며 중국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중국을 친구와 동반자로 여길지 아니면 적으로 대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제도·필리핀명 칼라얀 군도·베트남명 쯔엉사군도)는 중국의 고유영토로 염황의 자손이라면 모두 땅을 지킬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조는 이곳에서 경작하고 부지런히 일했다"며 "역사는 결국 과연 누가 (남중국해 지역의) 과객이고 누가 진정한 주인인가를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중국이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외부 지적에도 "군사화라는 '모자'가 더욱 적합한 나라(미국, 필리핀 등)"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촉구하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유지·보호 주장에는 "항행(航行)의 자유는 횡행(橫行)의 자유가 아니다"고 받아쳤다.

그는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중동·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국제질서를 고쳐 쓰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은 딴 살림을 차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국력이 강해짐에 따라 "상응하는 국제적 발언권도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미중 관계의 미래와 관련, "우리는 (미국을) 대체하거나 누구를 이끌 생각이 없다", "미국 친구들은 중국이 5천 년에 걸쳐 쌓아온 역사문화 전통을 이해하고 미국식 사유로 중국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대(對)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중국 통신장비 기업 ZTE(중싱<中興>통신)에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린 미국 정부에 대해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